한국의 노동교육을 진단하다
한국의 노동교육을 진단하다
  • 박용진 기자
  • 승인 2007.05.04
  • 호수 12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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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 전무한 한국, 새롭게 출발할 때


올해 26세인 C양은 대기업 P회사에 입사 2년차다. 신입사원 시절 C양은 상사의 칭찬을 받기위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빨리 마치고 동료 직원까지 도와주는 등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가끔 주변에서 임금협상의 문제로 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원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으나 별로 관심두지 않았다. 또, 텔레비전에서 N회사 노동자들의 장기간 파업으로 회사가 1천억의 손해를 입었다는 보도를 보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 소용없는 비정규직 법안

어느 날 C양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는다. 1년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자신을 해고한다는 소식이다.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C양에게 노동조합원들이 다가와 노동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특히 얼마 전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놀랐다. 회사가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하는 이 법안이 C양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채용한지 2년이 넘기 전에 해고하고, 다시 채용하면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 노동자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인
역시 얼마 후 회사에서는 C양에게 재계약을 요구했다. 이런 회사의 태도에 충격을 받은 C양은 비정규직이라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 투쟁을 하기에 이른다.

매일같이 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있지만 주변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P회사 앞에서 농성투쟁하는 앞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은 “뭐하는 거야? 바쁜데 지나가기 힘들게 말야. 허구한 날 파업이나 하고 있고.”라고 말했다.
이 말은 들은 C양은 옛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다. 얼마 전만해도 C양은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의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육체노동을 일삼는 자신과는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C양은 옛날의 자신과, 파업을 보고 불평하는 시민들 모두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지 궁금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노동에 대해 교육받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 노동교육 없는 나라
학교에서 일체 노동교육을 받지 않는 나라 한국. 매일 신문에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교통혼잡이 발생하고 기업들이 몇 백억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그리고 여론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을 사회적 범죄행위처럼 취급하기까지 한다. 이런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들이나, 그 기사를 읽고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노동자들이다.

국어사전에서 노동자를 찾아보면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는 생산 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고 적혀있다.

결국 CEO와 학생이 아닌 이상 모든 국민은 노동자인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선진국의 노동교육 모습

그럼 선진국에서는 노동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 하고 있을까. 시민혁명과 68혁명의 중심지였던 프랑스는 「시민교육」이라는 교과목이 있다. 「시민교육」은 중학교에서 필수교과로 지정돼 있다.

2학년 교과과정에는 평등·연대성·사회적 안정으로 나뉘고, 평등에서는 각종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돼 있다. 3학년 교과과정은 자유와 권리·프랑스 법체계·인권과 유럽으로 나눠 학생들에게 개인의 권리에 대한 정보를 가르친다. 4학년은 시민·공화국·민주주의, 공화국 권력의 조직, 정치·사회적 시민권, 민주주의 토론, 국방과 평화 등 다섯 영역을 배운다. 정당이나 기타 압력단체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중요한 행위자임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으며 노동할 권리·집단적 자유·노조 결성권 등 경제·사회적 권리를 일반적 시민권으로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노동교육을 ‘장차 자립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갖추게 하는것’을 목적으로, 실업과목과 사회과목으로 나눠 학생들에게 중요하게 가르친다. 실업과목은 주로 노동의 기술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사회과목은 노동의 사회정치적 측면을 주로 다룬다.

영국 역시 2002년부터 「시민교육」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됐다. 「시민교육」의 수업주제는 기업 작업장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권리와 책임·청소년 노동인권과 아르바이트 시 점검목록·노동자 상담 및 지원센터 등에 대한정보·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산업안전 및 노사분쟁 등 노동세계 갈등관리 체제에 대한 이해가 있다.

자본주의국가 미국 역시 「시민론」의 ‘정부와 경제’장에 ‘정부와 노동’절이 포함돼 있다. ‘정부와 노동’절에는 노동조합의 형성·노사관계·노사관계법 변천약사·노동조합의 현주소를 다루고 있다.

△ 파업에 대한 인식문제
학교에서부터 철저히 노동교육을 받아온 선진국 국민들은 노동조합과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탈리아 어느 지방 도시버스 회사 노동자들이 3년 동안 500번이나 파업을 했다.

한 이탈리아 통신원이 그 도시 시민들에게 “버스 회사 노동자들이 3년 동안 500번이나 파업을 해서 도시 교통이 수시로 마비가 됐는데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시민들은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라며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불만이나 늘어놓으면 나중에 내가 파업할 때 누가 나의 권리를 이해해 주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의 노동자 파업에 관한 시민들의 연대의식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관광의 나라·축구의 나라·좀도둑과 소매치기가 많은 나라정도로 알려진 이탈리아 역시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노동교육에 힘쓸 것을 다짐하는 C양
C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를 다시 알게 됐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감이 생긴 원인에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이 있다고 생각했다.
C양은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기준법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교육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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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9:46:44
이 글은 C양이 대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경험과 노동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C양은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관심이 없었으나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해고되면서 노동조합과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서의 노동교육과 비교하여 한국에서는 노동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해에 관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