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노동 교육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노동 교육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5.04
  • 호수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경제 활동이 개인 또는 가족 단위가 아니라 주로 기업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는 개인들이 모여 이루어진 조직이다. 따라서 기업이 자신의 설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한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노동자들은 직장생활을 즐겁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더불어 기업 조직에 대한 노동자들의 헌신성을 떨어뜨려 기업의 성과도 낮아질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그 구성원들이 조직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고, 더불어 그 구성원들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사용자들과 임금 및 근로조건을 협상하고 더 나아가 기업 운영 방식의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또는 사용자보다 힘이 약한 종업원 또는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는 기업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여러 사안들을 두고 교섭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노동자들은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와 교섭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노사관계가 전개되는 방식이고, 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다양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바, 특히 노동자인 국민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여 행복할 삶을 누리는 것이 당연함을 또한 명시하고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자의 권리가 헌법에 의해서 보장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 권리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며, 헌법에 의해서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시장에서 사고 팔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등교과서에 나타난 노사관계 관련 서술에 대해 분석한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교과서들이 노사관계의 당사자인 노동자·노동조합과 사용자에 대해서 최소한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사용자 또는 기업의 입장에서 관련 내용이 서술되고 반대로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교과서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는 집단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운 학생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기 쉽다. 그가 노동자가 되었다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기 위해서, 만약 제대로 배웠다면 겪을 필요가 없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평등과 사회적 연대보다는 경쟁과 개인적 성공을 덕목으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초?중등 사회교과목에서 노동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인하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보호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초·중등학교의 뜻있는 선생님들이 노동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는 초·중등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현대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인하는 근로기준법, 노사관계법에 대해 전혀 무지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의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시는지?

홍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