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반대 목소리 높아져
APEC 반대 목소리 높아져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5.09.25
  • 호수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부산 개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민노당 등 50여 개 정당·노동·시민 단체들은 “APEC 반대 국민행동”을 발족시켰다. 이들은 APEC을 세계적인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초국적 자본의 도구로 규정하고 반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세계화 시위는 1999년 시애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시위대에 의해 무산되면서 부각됐다. 시애틀에 이어 세계의 주요 회의와 정상회담 때마다 반세계화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2001년 세계은행(IBRD)은 스페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제 개발 회의를 취소하고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운동들은 고용 불안정, 계급의 양극화, 불균등 발전 등의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가려진 치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일조 했다.

‘APEC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을 위시한 반세계화 운동은 사회의 자원 배분을 시장원리에 위임하자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 대표적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국가 개입의 최소화와 시장 자율적 기능의 확대를 주장하며 관세·무역 장벽의 철폐, 직접투자의 확대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반세계화 포럼인 세계사회포럼(WSF)은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공식 표어 아래 세계화된 시장 속에서는 자금의 이동성이 커짐에 따라 제조업보다는 금융 산업의 역할이 강화되어 단기수익을 겨냥한 투자자본이 시장을 지배한다고 성토한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제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축소는 당연히 실업 문제를 잉태하게 되며 이는 사회갈등 구조의 확산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수익 창출의 극대화만을 꾀할 금융 자본의 논리가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되면서 인간다운 삶을 파괴한다는 것이 반세계화 운동을 이끄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시애틀 WTO 개최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시위대. 회의 는 결국 무산되었다. 출처 : University of Washington Libraries, Digital Collections
한편 지난 10년간 경제가 크게 성장했음에도 세계화 등으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됐다는 유엔 보고서가 지난달 25일 공개돼 반세계화 운동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불평등의 곤경’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10억 명이 세계 총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50억 인구는 20%의 재화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4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격차는 거의 세 배나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연 ‘APEC 반대 국민행동’은 “이번 APEC회의에서는 농산물 분야의 관세를 내릴 가능성이 크고 이것은 노동자와 농민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APEC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번 논의될 의제 중 인간안보 부분은 인권을 구실로 소위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의 패권전쟁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학내에서 반세계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다함께’의 최현주<경금대·경제 01>는 “APEC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를 공고히 하는 기구일 뿐”이라며 “실제 저개발 국가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 결정은 전혀 없다”며 학생들이 APEC 반대를 통해 반세계화 운동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학내 단체들은 반세계화 토론회·설명회를 개최해왔으며, 다함께는 부산 APEC 반대 참가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