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통금
우리시대의 통금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04.09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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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반이 되면은 문을 닫는다

우리학교 기숙사 통금(통행금지)시간은 밤 12시 반, 통금시간을 7분 넘긴 12시 37분에 한 학생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기숙사로 들어왔다. 이미정<공대·도시건설환경공학부 07>은 “중도에서 공부하다 출출해서 편의점에서 김밥 먹다가 늦었어요. 저 평소에는 통금시간 잘 지키는 편이라고요(하하)”라며 기숙사 경비아저씨께 죄송한 마음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이미정은 경상남도 출신이다. 집에서 별다른 제약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한 그는 “술자리에서 통금시간을 핑계로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있죠”라며 통금시간이 가끔은 제 역할을 해준다는 귀띔을 했다.

대학원생들은 같은 기숙사를 쓰고 있지만 통금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김종곤<기계과 석사과정 3기>은 “제가 학부생때 지금만큼 통금단속이 철저하지 않았어요. 그때 여자친구가 기숙사에 살았는데 통금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도 들어가곤 했거든요”하는 추억 섞인 얘기를 들려줬다. 

80년대 통금의 추억
개나리관 경비 아저씨는 80년대에 청춘을 보냈다. “총각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자정은 금방 넘기거든. 경찰들이 12시 넘어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죄다 잡았으니까 경찰 눈을 피해 다녔지. 한번은 도망가는데 딱 걸린거야. 그래서 구치소 신세도 져봤어. 거기다가 장발이어서 얼마나 곤혹을 치뤘다고. 경찰을 피해서 여관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니깐” 지독한 통금을 경험한 아저씨는 지금 개나리관에서 여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난 여학생들에게는 유난히 약하단 말야”하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이신다.

대중교통의 막차시간
현대인들의 新(신)통금시간은 버스와 지하철의 막차시간이다. 특히 자가용이 없는 대다수의 학생은 적어도 막차시간에 맞춰 들어간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김지영<경영대·경영학과 04>은 한양대역을 향하고 있었다. “평소엔 12시를 넘기지 않으려 하는데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좀 늦어요. 그나마 새벽 1시 반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 덕분에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죠”라며 자신이 늦으면 어머니께서 잠 못이룬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남자는 여자보다 통금에 더 자유로운 편이다. 늦은시각 열차를 기다리던 옥전일<경금대·경제금융학과 03>은 “집에서 정해진 통금시간은 없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고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전 통금은 억압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약속 그리고 내가 정하고 내가 지키는 하나의 규율이다. 동화 속 신데렐라의 통금시간은 12시, 그녀의 마법이 12시에 풀리지 않았다면 멋진 사랑이 가능했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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