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대회, 서명은 있어도 사람은 없다.
전학대회, 서명은 있어도 사람은 없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4.02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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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배움터 전학대회가 무산됐다. 245명의 학생대표를 향한 총학생회장의 요청에도 끝내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학생은 권리 위에 깨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 전체의 일에 참여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참여의식 부재라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학생들 개개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할 수 없기에 우리는 참가한 학생에게 고마워하면서도 불참한 이들을 비난하진 않는다. 참여하지 않는 것도 분명한 하나의 선택이고, 서로 평등한 학생들은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 대표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의 불참은 참여의식 부재가 아니라 의무 방기다. 학생대표는 모든 학생들에서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학생의 권리를 위해 학생과 학교의 가운데에 서는 이들을 존중하며 학생대표의 지위를 인정한다.

그렇기에 대표들은 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전학대회장에 있었어야만 한다. 그것이 학생에 대한 대표자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무를 다했던 참석자들, 기숙사 프로그램으로 인해 피치 못하게 자리를 떠난 1학년 대표들뿐만이 아니라, 한양의 모든 학생들은 단 한 사람의 대표자도 참석하지 않은 총여학생회 등을 원망할 권리가 있다.

처음 전학대회 참가 명단에 적힌 서명은 정족수를 훨씬 넘었었다. 그렇다면 이름을 남기고 사라진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진정한 대표는 출석체크만 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작게는 단대 동기들, 크게는 모든 남학생·모든 여학생의 동의를 얻어 선출된 학생대표의 지위를 받아들일 때 단지 그 자리가 좋아서,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그 자리를 받아들인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무언가 학교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위해 그 자리를 받아들인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전학대회에 참가해 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MT 준비나 쇼핑보다 중요한 대표들의 의무이자 권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전학대회와 학생총회의 결의안은 무산될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학교의 방침 앞에 학생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견을 모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과 아예 의견조차 모으지 못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우리에겐 학생들의 의견이 모여 전학대회와 학생총회가 성사됐던 2003년과 2004년에 그 결의를 이룰 수 있었던 실제 경험이 있지 않는가. 학생대표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다할 때 결의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오는 수요일의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기를 희망하며, 그 자리에서 의무를 다하는 학생 대표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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