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뜨나 빨간 옷을 입고 종이만 받아 먹는 것은? 정답은 물론 ‘우체통’. 몇몇 사람은 정답을 맞추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무작정 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1시간 째, 한 여학생이 파란색 봉투를 들고 와 우체통 안으로 넣는다. 이수경<의대·의예과 07>은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거에요” 라며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1초 단위를 다투는 요즘, 사람들에게 우체통은 느림보 같은 존재가 됐다.
오후 2시 우편수거를 하시는 권철희 씨가 오신다. “오늘은 평소보다 양이 많아. 30개정도 되는 거 같은데” 권 씨는 우편물을 챙긴다. “아예 없는 날도 있고 가끔은 쓰레기들이 있기도 하지. 학교는 학생들이 많아서 이 정도야”
권 씨가 간 뒤에 1시간이 넘게 아무도 우체통을 찾지 않았다. 확실히 우리는 굳이 며칠씩 걸리는 편지를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느리지만
한번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잉크냄새 나는 편지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미리 빨간 우체통을 기억 한 켠에 넣어두자. 정답을 다 알고 있었던 그
수수께끼가 정말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을 때 살며시 꺼내 추억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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