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꽃피운 애틋한 사랑
도서관에서 꽃피운 애틋한 사랑
  • 한대신문
  • 승인 2007.03.26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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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서관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조용한 실내, 문자를 파고드는 학생들, 책들의 곰팡이 냄새, 누렇게 바랜 오래된 책들…나는 지난날의 애틋한 사랑이 기억난다.

계절이 나도 모르게 바뀌듯 사람들의 마음도 계절에 따라 변한다. 따뜻한 봄날에는 겨울에 얼어붙었던 애정 세포들이 활동하는 듯하다. 나의 애정세포들은 도서관 책장 한 구석에서 눈을 떴다.

그를 본 건 3월의 막바지,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던 초봄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던 책을 못 찾아 사서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또한 처음에 책의 일련번호를 가지고 그 책의 위치를 부탁했었다. 낯익은 그의 얼굴을 보자 문득, 지난겨울에 만났던 사람이 생각났다.

기억속의 그는 독특한 식견으로 토론시간에 좌중을 휘어잡으며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지난시간에 그 수업을 수강했냐며 아는 척을 했다. 그 때 마주친 눈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황했지만 자신을 알아봐 주었다는 기쁨이 넘치는 그 눈빛.

그 후 그를 다시 본 건 일주일 뒤, 도서관에서 나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칸칸이 새어 들어오는 빛과 함께 나타난 그는 내게 물었다.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그 뒤에 우리는 연락처를 나눠 받고, 봄날의 화창함을 함께 공유했다. 바다가 가까운 캠퍼스에서 우리는 자주 바다에 나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우리가 결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된 이유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였다. 우리는 우리의 관계를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만났고, 우리는 순간을 즐기는 연애는 하지말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서로의 삶에 든든한 동반자로서 진실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 때만큼 자주 만나거나 대화는 못 하지만, 우리는 각 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집중하며 살고 있다.

연애의 통설로 커플들의 사랑은 1년 이상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한다. 처음에 느꼈던 신비함을 느끼지 못해서도 그렇지만, 상대에 대한 많은 기대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서 느끼는 허무함과 실망감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연애가 결혼과 함께 영원한 사랑으로 끝을 맺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시린 겨울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고 때에 맞춰 나오는 눈처럼 상대를 위한 배려와 기다림을 통해 더욱 더 세련된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

이제 3월의 막바지. 캠퍼스의 목련과 벚꽃 나무들도 눈을 틔우고 있다. 캠퍼스의 모든 커플들 또한 상대에 대한 묵은 실망과 기대를 벗고, 벚꽃처럼 화사한 사랑을 새롭게 틔우길 바란다.

최정은<디자인대·시각패키지디자인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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