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한 자유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한 자유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03.26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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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우리학교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가 정시모집에서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인원을 대폭 늘린다고 발표 했다.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내신,논술)’동영상으로 전국이 들썩인지 정확히 1년만이다. 교육부의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가 대입전형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부는 대학별 고사 성격을 가진 논술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학들은 수능을 입시 키워드로 정할 수 밖에 없다.
서울대는 새로운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연세대는 진리와 자유의 정신에 따라 사회에 이바지 할 지도자를 기른다는 이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인재상은 무엇이었나. 사랑을 실천하는 21세기 글로벌 리더를 길러내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각기 다른 인재상을 제시하면서도 결국엔 하나같이 수능점수 순서대로 학생을 잘라야 하는 현실이 대학의 비전을 이루기엔 너무 가혹하다.
변해야 하는 건 ‘누구를 어떻게 뽑느냐’의 권한을 ‘누가 가지는갗하는 것이다. 대학은 각자 맞는 인재를 원하고 사회는 각 분야에서 활약할 다양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정 반대로 획일적인 예비대학생들을 길러내기 바쁘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이 단 하나의 점, 대학입시를 향해있는 지금. 해결책은 대학 간 서로 다른 입시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육의 유일한 점이 수능이기 때문에 모두 그것만 바라본다면 그 유일한 점을 유일하지 않게 만드는 게 먼저다.
삼불정책과 다르게 미국의 공립고등학교들은 학군제 평준화지만 학교 전국 순위가 언론에 보도된다. 대학들은 신뢰성 있는 학생부 성적을 기초학력에 대한 자료로 삼고 각 대학의 기준대로 학생을 선발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던 학생이 그 과정을 에세이로 작성, 하버드에 당당히 입학했다. 그리고 하버드가 세계 제일의 대학이라는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상이한 입시제도가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해 보인다.
우리학교는 2008학년도 정시모집 인원 중 최대 50%를 수능 100%로 선발한다. 우선선발 제외대상에게는 학생부가 50% 반영되지만 그나마 재수, 삼수생에게는 비교내신 적용돼 결국 수능 90% 선발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양대에 들어올 사람들이 한양대에 들어오기 바란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늘어 선 대학 중 점수 맞춰 들어오기 보단 자신의 비전과 한양의 비전이 꼭 맞는 사람들이 들어오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제도로는 안된다. 교육기회의 평등과 교육결과의 평등은 다른 얘기다. 우리나라 대학은, 한양대는 학생을 뽑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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