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소통, 그걸 당부하고 싶다”
“환자와의 소통, 그걸 당부하고 싶다”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03.26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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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의학드라마 때문일까. ‘병원장’이라는 직함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한양대서울병원 병원장 안유헌<의대·의예과 74 졸>도 ‘한양의대 출신 1호 병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병원장이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던 차가운 심장이나 드높은 권위는 없었다. 안 병원장은 환자의 고통을 나누고 싶어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 병원장, 예상 했었나
전혀 못했다. 보직인사라는 건 언제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예상을 할 수가 없다. 
- 그렇다면 평소에 병원장자리를 생각했던 적은 있나
없었다. 병원장 자리란게 원한다고해서 되는 게 아니다. 병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국제협력병원에서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 안 병원장은 우리학교 의대 출신 1호 병원장이다.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스승이나 선배들이 다들 열심히 하셨기 때문에 지금의 한양대학교병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양대학교병원이 어떤 이미지로 발전돼야 하는갗라는 과제 앞에 막중한 책임감이 앞선다.
- 한양대 출신 병원장이 너무 늦게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지금까지 서울대, 연세대 출신들이 독점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학교 의과대학에 비해서 1회 졸업생들의 진출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졸업생들이 이제야 사회에 진출을 할 연배가 됐다고 생각한다.

- 한양대 병원의 예전모습은 어땠나
병원개원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다. 20층이 넘는 건물과 첨단 시설까지 대단했었다. 지금은 자본력 있는 병원이 많아지면서 약해진 감이 있긴 하지만 대학부속병원으로서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내고 있다.
- 안 병원장이 생각하는 한양대학교 병원의 발전상은 어떤 모습인가
21세기 한양대학교병원은 ‘환자 중심의 서비스 경영’을 통한 ‘병 잘 고치는 병원, 환자가 선택하는 병원,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그 중 하나로 병원 차트를 없애고 모든 시스템의 전산화(EMR)를 할 계획이다. EMR은 구리병원에서 이미 벌써 시작한지 한 달이 됐다. 또 병원발전 장기 TFT사업을 촉진해 내 임기가 끝나도 다음 병원장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하겠다.
- ‘환자 중심의 서비스’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가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질병 설명의 방법이나 접수할 때의 자세, 의료시설과 제반시설의 업그레이드 등을 말한다. 또 환자가 병원에서 예약에서 진료, 검사까지 그 시간이 너무 길지 않게 할 것이다.

- 한양대학교 병원의 서비스는 현재 어느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다들 잘하고 있다. 물론 삼성의료원같은 곳은 더 전문화된 서비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HYSA(한양 서비스 아카데미)와 같은 아카데미를 열어 직원들이 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 처음 의대진학을 결심하던 때를 기억하자면
큰 누나는 소아과 의사 작은 누님은 약사, 형제들이 다들 의학 쪽에 있다.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 의과대학 시절은 어땠나
의대 들어와서 재미는 없었다.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찬 공부 스케쥴을 소화해내야 했으니까. 게다가 나는 1회 졸업생이지 않는가. 의대 안에 동아리나 클럽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대신문에서 활동을 했다. 우리 한대신문 선후배 사이다.
-이렇게 선배를 만나다니 반갑다. 혹시 어떤 기사를 썼었는지 기억나나
연고전 기사를 썼던 게 기억난다. 당시 우리학교는 연고전 같은 게 없어서 흥미로웠다.
-한대신문 활동을 함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았나.
2년 동안 활동 했었는데 나중엔 학과공부와 자격시험에 치여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학과시절도 그렇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참 고되다. 지금은 당직 시스템이 있지만 예전 미국에서 생활할 땐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 그런 고된 의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무엇인가
환자들의 아픔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혹시 윌리엄허트 주연의 ‘닥터’란 영화를 봤는가?
- 아직 못봤다. 무슨 메시지가 있나
윌리엄허트가 아주 성공한 외과의사로 등장하는데 환자들에게 냉정하기 그지없다. 그는 병원에서 대우받기에만 익숙한데 어느 날 자신이 후두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게 된다. 평생 의사의 입장에만 있다가 난생처음 환자의 입장에서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진찰을 기다린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의사생활을 돌아보게 되는거다. 자신은 한번도 아파보지 않고서 남의 아픔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건 환자와의 소통이다.
- 환자와의 소통에서 신경 쓰는 부분은
증상에 대해 얘기할 때만 해도 그렇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당신 암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단 상황을 보면서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같은 사실을 전하는 것도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젊은 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소아형 당뇨같은 경우 ‘대사성 산증’이라고 내과의 응급 중 응급인 경우가 있다. 그런 위독한 상황이 잘 치료됐을 때 무엇보다 의사로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 젊은 당뇨병환자들의 경우엔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소홀히 하다가 콩팥이 나빠져서 투석을 하기도 한다. 당뇨합병증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웠다. 예전에는 폐혈증이 있는 환자를 처치하던 중 환자가 몸을 조금 움직여서 잠깐 1~2초 정도 산소 줄이 빠진 적이 있었다. 이런사고는 의료행위를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건데 환자 측에서 당직하던 레지던트에게 과실을 인정하라는 식의 진술을 작성하게 협박한 적이 있었다. 의료행위에 의사는 항상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그건 의료과실과는 다르다. 의사들이 항상 노력한다는 걸 일반인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을 묻고 싶다
보직기간 동안은 서울한양대학병원의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다. 의료평가가 4월 달에 지침이 내려오고 10월 달에 평가를 받게 된다. 가이드라인의 세부사항이 중환자실 침대 간의 간격, 침대 수, 이런 것들이 세부기준에 들어가는데 이런 것들이 대형병원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또 한양대병원의 독보적 분야인 류마티스와 국제협력병원의 위치를 유지하고 각종 암 (폐암 갑상선, 유방암)분야를 활성화 시켜 환자들에게 인지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 어떤 역할로서가 아니라 본인은 정말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환자의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넓은 안목으로 질병이 있어도 생활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목적과 의무감이 늘 있다.
- 마지막으로 한양의대의 선배, 한양대학교병원 병원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Hard Working' 그리고 성실이다.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료하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래서 사명감과 의무감이 중요하다. 그것을 명심하고 의대 생활과 트레이닝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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