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를 여는 사람, 진보의 역사를 다시 쓰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사람, 진보의 역사를 다시 쓰다 손석춘
  • 박용진 기자
  • 승인 2007.03.18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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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 손석춘 원장은 대표적인 진보논객이자 한국 언론개혁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지난 1991년 동아일보 기자시절, 명지대생 강경대군 사망사건 보도와 관련해 편집국장이 경질되자 동아일보사를 떠나고 한겨레신문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한겨레신문사에서 편집국 여론매체부장, 노조위원장, 논설위원 등을 맡으며 언론개혁운동에 헌신했다. 지난 2005년에는 동아 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가 수여하는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편집자 주>

 

새사연에서 현재까지 나온 두 권의 책에 대해…

새사연에서 첫 번째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을 냈는데, 우리사회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사회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주류신문과 방송사들이 신자유주의를 ‘글로벌 스탠다드’라고만 설명하고, 다른 사회에 대해 아예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죠. 이점을 넘어설 수 있는 사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상상력 차원에서, 새사연이 추구하고 있는 노동중심경제·통일민족경제·국민집적정치를 뼈대로 한 새로운 사회의 상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입니다.

두 번째 새사연 신서는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에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새로운 사회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연구 작업이 정말 실현 가능한지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모델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분단된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에 새사연이 베네수엘라 모델을 모두 따라가는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베네수엘라 차베스정권의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생각했던 인식의 지평을 하나둘씩 깨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과 맞서면 경제가 무너진다던지, 국민들에게 직접정치참여를 요구하면 혼란이 온다는 식의 알게 모르게 쳐놨던 금기들을 깨가고 있다는 점에서 베네수엘라 모델은 한국사회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성찰해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일단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우리와 같은 분단체제가 형성돼있지 않죠. 우리는 분단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의식세계 속에 짙게 드리워져 있고, 우리는 반공체제에서 50년간 살아왔지만 베네수엘라는 우리와 같은 냉전적 반공체제는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사회를 변혁시켜 나가는 데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선거혁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죠. 1980년대 이후 우리가 가졌던 혁명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그런 점에선 상당히 폭넓게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베네수엘라 모델이 발달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스웨덴과 같은 모델이 검토대상이 될 수 있는데 스웨덴이나 베네수엘라나 우리사회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죠. 스웨덴 같은 경우에도 인구가 990만 명이라 4천만이 넘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신의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 더 이상 해외에서 가져온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거 같아요.

한국사회도 우리 고유의 이론적인 틀로 한국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가지는 위상이 커졌다는 의미일수도 있는데, 우리시각에서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국민직접정치모델·노동중심경제·분단체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세 가지 뼈대에 대해서 하나하나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입니다.

새사연에 대학생도 활동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럼요, 하지만 십일조회원으로는 가입할 수는 없죠. 수입이 없잖아요. 정책회원으로는 많이 들어와 있어요. 지금은 졸업한 학생 운동했던 친구들이 많죠. 대부분 청년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년 분과는 한국 학생운동이 일반 학우들로부터 열정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있어요. 아, 청년 분과 분과장이 이종필씨에요. 종필씨 알죠? 전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장이요.

현재 학생운동이 소강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소강상태라고 하지 말고 열정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죠. 지금 학생들의 상황을 보면 정말 심각하잖아요. 이를테면 청년실업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대학등록금은 계속 올라가죠, 설령 취업을 한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더 높아져가고 있잖아요. 이런 현실이 절박한 자신의 문제여야 될 텐데 학생들은 막상 4학년 졸업할 때 돼서야 한국사회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서 직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막연히 취업걱정 정도만 생각하고 있지 자신이 평생을 살아가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양극화가 심화돼 있고, 그것을 한 개인이 허물어버리기에는 힘겨운 상대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큰 이유 중 대학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뜨끔) 청년실업의 문제나 신자유주의 문제, 등록금 문제에 대해 피부에 와 닿게 이야기 못하고 있더군요. 과거 80년대 NL, PD담론에서 좀 더 진전된 담론을 전개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 막연하게 반미를 외쳐서는 설득력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왜 반미를 해야 되는지를 과거부터 내려왔던 논리보다는 요즘 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짚어야죠. 이런 문제를 운동하는 친구들이 2006·2007년을 살아가는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논리전개를 못해나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 같습니다.

발전적인 학생운동의 모습은…
저는 한국사회의 대학생들이 사실은 객관적 조건으로 보면 가장 학생운동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생각해요. 점점 내몰리고 있잖아요. 청년실업 문제를 지금 열린우리당이 해결하려고 해요? 한나라당이 해결하려고 해요? 그런데도 이 문제를 개인의 경쟁력 강화로 해소하려고 하는데 그건 아직 한국사회현실에 대한 소박한 인식이죠. 그렇게 해서 설령 대기업에 취직했다 하더라도 평생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되고, 더 중요한건 자식들에게까지 연결될 것입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문제를 순진하게 스스로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달라질 것 같아요.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최초고용노동제 있잖아요. 프랑스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최초의 2년간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했어요. 거기에 대해서 프랑스 대학생들은 “사회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고, 어쩔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난 거기에 맞춰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모두 거리로 나왔죠. 거리로 나와서 “법에 화염병을 던지지 못하게 돼있으니까 던지지 말자”고 하지 않고 화염병을 던졌어요. 온통 거리를 가득 채우면서 마침내 이겨냈잖아요. 결국 법이 취소됐죠. 이런 점이 단적으로 드러내 주지요.

신자유주의 문제나 청년실업문제가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넘어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영원히 불안정 속에 살아간다는 문제가 하나 있고, 두 번째 문제는 자기만 그렇게 살면 되냐는 거죠. 동시대의 학우들은 백수백조로 살아가도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를 피부에 와 닿게 학생 운동 하는 친구들이 접근해 간다면 삭막한 대학문화에 불을 지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쉽게 말해서 청년실업의 문제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학생 30만 명 정도가 모여 여의도를 가득 채우고 해결하라고 소리 지르면 각 정당들이 서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나서겠죠. 이렇게 해결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안하잖아요.

운동도 중요하다지만 취업문제에 닥친 학생들에게…
조금 전의 말과 이어서 이야기 한다면 대학 안에서 취업공부를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 같아요. 취업공부,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취업공부만 해서는 과연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고, 어떤 기업체에 취직을 하더라도 기획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취업공부를 하면서 등록금인하투쟁이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투쟁, 평택 미군기지 투쟁하는 곳을 한 번씩 가보라는 거죠. 이런 게 자기시간을 많이 뺏는 것은 아니잖아요. 학교 집회가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도 하루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것이 과연 자신의 취업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곳을 나가면서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 명확한 상을 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취업을 한다는 것도 운동하는 것과 구분을 해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국사회는 노동조합조직률이 11%밖에 되지 않아요. 이게 늘어나야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못한 기업체에 들어가서 노동조합을 조직해 내는 것이 운동이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한국노총의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걸 민주노총으로 바꾼다던지, 아니면 노동조합을 더욱 강력히 만드는 일 모두 취업해야 되는 일들이죠. 민주노총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일하는 모습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민주노총 노동조합운동을 자신이 바꿔보는 일들이 다 취업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취업을 한다는 게 반드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취업을 한다는 의미는 한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뜻인데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라는 생각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집회나 시위나 토론들을 소홀히 하면 얻을 수 없어요. 취업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 집회나 시위 같은 곳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가장 바람직한 거죠. 물론 다 덮어두고 운동에만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그런 모습을 요구할 순 없잖아요.

앞으로 새사연의 행보는…
진보적인 언론개혁문제에 대한 책이 4월 달에 출판될 예정입니다. 또 한국사회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한국사회를 변혁시킬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노동계급 중심으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런 걸 한번 준비하고 있고, 국가에서 고용을 책임지는 국가고용책임 제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스웨덴 모델이죠. 그걸 직접적으로 도입할 수 없으니까 어떻게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죠. 다 말하면 안돼요. 앞으로 해야 될 아이템들이니까.(웃음)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누구에게나 삶은 한번 뿐이잖아요. 한번밖에 없는 삶을 자기 두 눈으로 읽어야 될 거 아니에요. 딴사람이 만들어 놓은 질서가 만약 왜곡돼 있다면 자기 하나밖에 없는 삶이 거짓위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처럼 허망한 일이 있을까? 라고 질문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위선과 기만, 가식을 넘어서 자기 두 눈으로 진실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을 거 같거든요. 모든 것이 이 점에서 시작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두 눈으로 생각을 읽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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