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고액연봉의 그림자
프로스포츠, 고액연봉의 그림자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5.09.12
  • 호수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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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영입경쟁에 따른 몸값상승, 이제는 달라져야

지난 5월, 원년을 맞이한 프로배구에서는 삼성화재가 초대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실업시절 8연패를 포함, 배구리그 9연패의 팡파르를 울린 삼성화재는 거칠 것 없는 무적함대로 자리했다. 지난 우승을 포함해 9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독주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9년 전 프로배구의 삼성화재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신진식, 김세진, 최태웅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 때부터 그들의 독주는 시작됐고 3, 4차례 연이러 우승을 차지하자 우수선수 독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돈으로 우수 선수들을 독점해 리그의 수준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상대편 코트에는 폭풍우가 몰아쳤고 그들을 단 한번만이라도 이기기 위한 타 구단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졌다. 물론 결과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같은 독주체재는 배구장 관중수가 평균 5백명선으로 떨어지게 하는 한 요인이 됐다. 이는 비단 배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구, 축구 등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선수 독점과 이를 저지하려는 구단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몸값 인플레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돈이 많은 구단들끼리 우수한 선수를 놓고 경매를 벌이다가 결국 터무니없이 높은 몸값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몸값 못하는 선수’를 스스로 양성하는 결과로 이어져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게 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구단은 아스날 구단이 영입하려던 숀 라이트-필립스에게 약 3백86억원을 제시해 영입했다. 이에 아스날 웽거 감독은 “첼시 때문에 선수를 영입할 수가 없다”며 첼시 구단의 선수영입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야구단 삼성은 FA 심정수에게 연봉 7억5천만원의 대박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는 최고연봉의 액수가 인상되는 만큼 평균 연봉폭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7천1백29만원에 그쳤다. 최고 연봉보다 열 배가량 적은 액수다.
이 같은 현상은 프로무대에 진출하려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교야구선수인 정상혁<성남고·3>군은 “졸업 이후, 대학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에 진출하겠다”며 “프로선수가 돼 열심히 하면 FA 대박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우선 고교 선수들의 프로진출을 가속화시켜 선수들의 몸값이 불필요하게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일찍 프로에 진출했다가 현실의 높은 장벽에 막혀 쉽게 좌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 프로야구선수였던 성남고 홍우태 코치는 “언론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들이 집중 조명되기 때문에 고교생들은 그것만을 바라본다”며 “실제 프로에 진출하면 2,3년은 경기를 뛰지도 못하고 고생해야 하는데 고교생들은 이 사실을 잘 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는 재정투자로 이익을 창출하고 성과물을 내는 하나의 비즈니스다. 자본을 소유한 많은 자본가들은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더 좋은 성적을 위해 투자한다. 우수한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부터 더 많은 연봉을 제의 받아 팀을 옮긴다. 기업의 인재영입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선수영입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과 몸값 인플레는 프로구단이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등지에서는 팀내 연봉상한선 제도를 도입해 선수들의 연봉을 억제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부익부 빈익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어서 가장 효율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리그와 구단, 선수가 모두 머리를 맛대로 솔로몬의 지혜를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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