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재정립, “준비~ 땅!”
연구윤리재정립, “준비~ 땅!”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3.11
  • 호수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빨리빨리” 학계 “완벽하게” 대학 “이제시작”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사건에서부터 김병준 교육부총리와 고려대 이필상 총장의 논문표절의혹까지. 1년 남짓한 기간에 발생한 이 세 개의 사건은 대한민국 학계의 자화상이다. 사회저명인사들이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명예를 잃었고 이로 인해 학계는 학문연구윤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에서는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문연구윤리를 바로 세우는 초석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대학 등 학계의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연구윤리 교육 강화, 관련 규정과 법령을 재정비하는 등 학자들의 자정노력과 제도적 장치를 동시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박사학위 수여과정의 엄정성을 제고해 대학원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학문연구윤리를 준수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질 계획이다.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은경<전북대·반도체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현재 외국의 사례를 분석하고 있는 단계”라며 정부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활발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학문연구윤리에 관한 논란으로 인해 각계각층에서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 정병헌<숙명여대·고전산문학과> 위원은 “학문 분야마다 성격이 달라 표절을 규정하는 기준자체도 다르다”며 “이는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 완벽하게 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연구윤리의 결여로 발생한 최근의 부작용들을 치유하는 과정은 학문과 인류의 발전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윤리확립추진위원회는 우리보다 앞서 연구윤리문제를 겪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제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도 덕성기구를 구성해 책임 있는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또한 대학과 학회 홈페이지에 연구윤리에 관한 자체 규정과 강령을 개재해 놓고 있는 상태다.

반면 대한민국은 임직원의 알선청탁금지, 금품수수, 인사청탁 등을 금지하는 금전적 규정이 주류를 이뤘고 연구윤리 관련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2005년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이 내놓은 연구윤리 관련 방안의 이름은 ‘합리적 연구개발비 집행 및 관리방안’으로 돼있을 정도다.

이에 각 대학들은 서둘러 연구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연구책임자를 상대로 연구도덕성 교육에 나서고 있다. 또 연구윤리관련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 되는대로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 연구자들이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대 연구산학협력처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부의 권고사항에 따라 학교상황에 맞게 연구윤리와 관련한 재규정을 마련해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또 고려대 연구처의 관계자는 “연구윤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해놓고 현재 검토 단계에 있다”며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아직 연구윤리확립에 대한 제도보완은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졸속으로 이 문제를 빠르게 처리해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