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칸 프로게임단 김가을 감독 인터뷰
삼성전자 칸 프로게임단 김가을 감독 인터뷰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3.05
  • 호수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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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 여왕, 스타크래프트를 말하다

삼성전자 칸 프로게임단 김가을 감독은 대한민국 e-Sports의 살아있는 역사다. 선수 시절에는 ‘저그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였고 선수출신으로서는 최초로 프로게임단 감독을 맡았다. 또 아직까지는 유일한 여성감독이며 최연소다. e-Sports계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김가을 감독을 학교 근처 커피숍에서 지난달 28일 만났다. <편집자 주>

대학생 김가을, 프로게이머가 되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2000년은) 사실 프로게이머란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있었던 때는 아니에요. 말 그대로 조그마한 대회가 하나둘씩 열리면서 신선하고 재밌었죠. 제가 승부욕이 참 강한데요, 자꾸 이기다 보니까 여기서 최고가 되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에 처음 참여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김가을 감독은 우리학교 산업공학과 97학번이다. 대학교 2학년이던 지난 1998년, 대학 선후배들과 우연히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됐고 그것이 지금의 김 감독을 있게 한 시작이었다.
김 감독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에서 개최된 여자부 대회를 거의 모두 휩쓸다시피 했다. ‘저그 여왕’이라는 별명도 이 때 얻은 것이다. 그러던 2003년, 김가을 ‘선수’는 인생일대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제가 4학년 1학기였던 2003년 초에 처음 감독제의를 받았는데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내가 하기는 힘든 직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거절했는데 그 뒤로도 몇 번 더 제의가 들어왔어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를 했는데 아버지가 하고 싶은 것은 멋지게 한 번 해보라고 하셨죠. 그 땐 정말 겁이 없었죠.”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산다는 것

김 감독은 올해로 5년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겁 없이 시작했던 일을 5년째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나 적성에 잘 맞는 일인가보다.
“(감독 일이)재밌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요. 동기들이나 친구들만 봐도 직장생활, 사회생활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참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그 스트레스도 즐기는 것 같고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에요.”
유일한 선수출신 감독. 그리고 여장.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는 총 11개의 프로게임단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김가을 감독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프로게임단에서 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감독의 개념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개념으로 시작을 했어요. 당시만 해도 경기는 선수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지금은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선수들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감독이 생겨나고…. 그런 시스템은 아직까지 계속 만드는 중인 것 같아요. 선수들이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엔트리나 맵에 대한 연구도 코칭 스텝의 역할이 크거든요. 게임단도 하나의 조직이다 보니 굉장히 관리할게 많아요. 이런 인터뷰도 업무 중에 하나고 포럼 참석, 어디 가서 얼굴 도장 한 번 찍어야 되고, 최근에 코치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도 감독 업무가 너무 많아서 경기 부분에 관해서 코치들이 업무 분담을 하는 거죠.”

게임과 학업을 병행했으면…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연령분포는 대부분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다. 그리고 선수로 데뷔하는 연령대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 때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듯 했다.
“요즘 들어오는 선수들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져요. 지금은 거의 고등학생이에요. 그 만큼 어린 애들이 관심도 많고 게이머란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사실 학업을 포기하는 모습은 보기 안 좋더라고요. 사실 게이머도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방송에도 나가고 여자 팬도 따라다니니 굉장히 화려하긴 한데 이것도 성공하지 않으면 미래가 우울한 직업이잖아요. 어느 정도 자기 관리 차원에서 학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봐요. 고등학교 생활경험이라는 것 자체가 나중에 굉장히 소중하잖아요. 그 경험 자체가 자기 성격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데…. 얘기가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죠(웃음).”

힘내라 김동수, 공공의 적 마재윤
이야기 주제를 가벼운 것으로 바꿔봤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기자, 그리고 인터뷰이는 스타크래프트 전직 선수이자 현직 감독. 스타리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얼마 전 KTF로 복귀한 ‘가림토’ 김동수 선수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재밌는 대답을 했다.
“기사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써주세요(웃음). 사실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에요. 왜냐면 2년 반의 공백기가 있었고 게임은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거든요. 손은 계속 움직여주는 감각이 중요해요. 게다가 종족이 테란이라면 제가 좋게 볼 텐데(웃음) 토스라 이건 뭐, 너무 암울해서…. 개인적으로는 동수가 성공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올드 게이머들이 성공을 헤야 떠났던 팬들도 다시 돌아올 것 같고….”
자연스럽게 CJ 소속의 ‘마에스트로’ 마재윤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 스타리그의 최대의 화두가 ‘마재윤을 이겨라’일 정도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우리 팀 저그 애들은 재윤이를 별로 안 좋아해요. 맵 때문에 죽겠는데 쟤는 왜 그러냐고(웃음). 테란이나 토스는 마재윤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죠. 마재윤은 전략으로는 못 이기고 운영 대 운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고 봐요. 한 6,7월경에는 독주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까보는데 거기서 치고나오는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죠.”

하고 싶은 일 해야죠
“요즘 취업문제로 말들이 많아요. 저는 이거 처음 시작할 때 연봉을 정말 적게 받고 시작했어요. 그 때 기준으로 생각하면 프로게이머가 비전도 확실하지 않았고요. 주변에 환경도 많이 안 좋게 바라보는 방향으로 진출을 했죠. 요즘 사람들을 보면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직장만 찾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꾸 직업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청년 실업이 100만이라고 하나요. 거기서 선택적으로 실업자가 된 사람이 절반은 넘는다고 봐요. 취직난도 있겠지만요.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제 동기나 선후배에 비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시즌을 한 달여 앞두고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차기리그 맵 선정에서부터 중계권 문제 등으로 e-Sports계 전체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칸 김가을 감독. 다음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프로리그의 개막을 더욱 기다리게 한다.

인터뷰 뒷담화
▲ 기자가 삼성전자 칸 프로게임단으로 전화를 걸러 구단 직원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다. “김 감독이 요즘 좀 바쁜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구단 직원. 잠시 후 어느 신문사냐고 다시 묻더니, “어디요? 한양대요? 아, 우리 김 감독 모교네. 그럼 당연히 해드려야지.” 역시 대한민국은 학연이더라.
▲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 김가을 감독에게 겁 없이 도전했다. “스타 한 판 하시죠.” 돌아온 김 감독의 답변은 그야말로 압권. “제가 좋은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어서요.” 프로게이머 출신과 맞짱(?) 한 번 떠보자는 기자의 바람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 김가을 감독과의 인터뷰는 위험수위를 여러 번 넘나든 덕분에 편집된 내용이 기사로 나가는 내용에 두 배는 될 정도다. “이거는 편집해주세요”라는 요청만도 수차례. 김 감독은 “학보사 인터뷰라 너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을이 형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를 알 수 있어 더 즐거운 인터뷰였다.

<김가을 감독은>
1978년 10월 29일생
1997년 우리학교 산업공학과 입학
2000년 국가 대표 선발전 스타크래프트 여성부 우승
2000년 온게임넷 롯데리아배 여자부 우승
2001년 삼성 디지털배 KIGL 여성부 우승
2001년 WCG 여성부 2위
2002년 스카이 겜티비 1회 여성 리그 우승
2003년 삼성전자 칸 프로게임단 감독
2005년 KeSPA컵 스타크래프트 우승
2006년 2005 SKY 프로리그 후기리그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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