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회 그리고 유비쿼터스
사람과 사회 그리고 유비쿼터스
  • 한대신문
  • 승인 2006.12.02
  • 호수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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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호<사범대·교육공학> 교수

우리나라를 두고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라고 한다. IT 강국답게 요즘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단어가 ‘유비쿼터스’ 이다. 곳곳에서 이 단어가 들어간 말을 들을 수 있고,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사회에 발맞춰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흐른다. 이와 관련되어 얼마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의 게임 회사나 컴퓨터 회사들이 우리나라를 유저 테스트를 위한 시험장으로 선호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사에서 제작한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컴퓨터 기기가 잘 만들어졌는지를 시험해 보면, 회사에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까지 아주 상세하고 정확한 지적이 돌아온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은 제품일 경우 시장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니, 우리나라가 IT 강국에 앞서가는 나라이기는 한가 보다. 비단 고등학생뿐이 아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쉽고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외국의 어떤 선진국이라도 우리나라만큼 쉽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또 전자기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신상품의 주기가 평균 6개월이라고 한다. 6개월이면 벌써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신상품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교육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의 48.7%, 4년제 대학의 64.5%가 웹을 이용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일 수 십만 명의 학생이 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에 접속해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u-러닝 연구가 전국 9개 학교에서 실시 중이며, 내년에는 19개 학교로 늘어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인 만큼 우리의 이러한 움직임을 다른 나라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사회가 유비쿼터스 사회로의 진입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우리 사회는 확실히 빠르게 새로운 기술들을 우리의 생활에 접목시키며 달려가고 있다. 이 달리기에는 분명 보다 나은 사회의 구현이라는 희망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숨가쁜 달리기가 걱정스럽다는 마음이 든다. 기술은 사람과 사회의 필요에 의해 발전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간단한 진리이지만, 자칫하면 사람과 사회가 숨가쁘게 기술의 발전을 쫓아가게 될 수도 있다. 유비쿼터스 역시 그 진정한 뜻은 첨단 기술를 이용하여 물리적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사람 하나 하나가 중심이 되는 보다 인간중심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해주고자 하던 이 의도가 우리를 기계에만 의존하고 기계에 둘러 쌓이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노파심이 든다.  이러한 노파심은 아마도 우리 사회와 개인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한 귀 기울임 없이 유비쿼터스 사회에 대한 흥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술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지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필요를 알기 위해서는 사람이 무엇인지,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한번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알아야 그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는 언젠가는 유비쿼터스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유비쿼터스 사회가 ‘앞선 기술을 쫓아가고 이용하기 위해 피곤한’ 유비쿼터스가 아닌, 사람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해주고 모자란 충족을 채워주기 위한 유비쿼터스이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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