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는 없다
그들만의 리그는 없다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6.12.02
  • 호수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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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0%는 넘겼다. 부정선거, 억지투표 등 숱한 논란들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래도 50%는 넘겼다. 하지만 50% 투표율 뒤에는 영광 없는 상처만이 남았다. 과연 이번 선거를 인정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아직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질 않는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후보자 적격성 심사를 둘러싼 시비와 후보자 사퇴, 이후 붉어진 총학생회 관련 각종 의혹들. 이 과정에서 유연하지 못했던 중선관위의 대처 등 악재가 누적되면서 선거는 만신창이가 됐다. 선거 기간부터 시작된 논쟁과 마찰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상처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선관위를 비롯한 선거와 관련한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무척이나 심각한 이번 일들이 양 배움터 2만4천 학우들에게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정치하는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면 우리 캠퍼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제 1주일 앞둔 기말시험을 앞두고 각종 조별과제와 리포트 작성 때문에 바쁘다면 바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어두운 하늘을 희미하게나마 밝히고 있으며 아침마다 지하철은 수많은 학생들을 학교로 쏟아내고 있다. 똑같은 일상이다.

그런데 정치 비슷한 무언가를 하는 몇몇 학생들은 선거기간 동안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곧 한양대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법석이다. 중앙 대표자들과 각 단과대 회장단으로 구성된 중운위나 중선관위가 학교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대단한 조직인양 착각하는 모양이다.

학교를 위한다는 학생들에게서 ‘한총련에게 학교를 넘겨줄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 그렇다. 엄연히 말하면 총학생회를 넘겨주는 것이지 학교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움직이는 것은 총학생회가 아니라 3만 한양공동체다. 3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공통분모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움직여지는 것이지 총학생회의 성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본인 것인 것처럼, 국회의원이 되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성정치인들과 무엇이 다른가. 총학생회장이 되면 대체 무엇을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매년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면서 정치 쇼를 보여주는 등록금투쟁이나 할 수 있을 것이고 수백, 수천의 단과대를 회장의 성향에 따라 편 가르기 해서 사안 결정하는 것 외에 총학생회가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이전에 우리 학생들에게 총학생회는 대체 어떤 의미인가.

한양대는 굳건하다. 학생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총학생회장 자리 하나 어떻게 된다고 해서 당장 큰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그 동안 총학생회의 일이라면 덮어놓고 1면을 할애했던 한대신문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한다. 한양공동체의 이슈와 관심사를 찾아다녀야했던 한대신문이 그 동안 학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은 없이 총학생회에만 매달려 있었다. 다음해부터는 학우들이 살아가는 솔직한 이야기, 학우들의 열정이 담겨 있는 동아리 행사들을 찾아다니면서 캠퍼스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겠다. 이제 한대신문에 ‘그들만의 리그’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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