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부분 심사평- 이도흠<인문대·국문> 교수
비평 부분 심사평- 이도흠<인문대·국문> 교수
  • 한대신문
  • 승인 2006.12.02
  • 호수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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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이 아니라 읽는 만큼 보인다

심사평 이도흠<인문대·국문> 교수

비평이란 간단히 말하여 텍스트를 분석하고 숨은 의미와 美를 드러내고 미적, 혹은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행해야 할 것은 텍스트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요, 그 다음은 남들이 찾지 못하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그 작품이나 텍스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세 작업은 하나이면서도 셋이고 셋이면서도 하나다. 텍스트를 치밀하게 분석해야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의미와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이것을 드러내야 올바르게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5편의 비평이 올라왔다. 시대의 추세를 반영한 듯, 문학비평은 없었고 세 편의 영화 비평과 두 편의 사회비평이 심사자의 손에 주어졌다. <지구별 사람들은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은 생태론의 시각에서 전 지구 차원의 환경위기에 대하여 다룬 글이다. 시각은 좋았으나 이 시대를 사는 사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진부함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었다. <왜곡된 진실, 이슬람>은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비판하고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서 타자의 시선에서 이슬람과 이슬람 문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 타자의 시선도 좋았고 정리도 잘 되었으나 그 이상의 무엇-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 자신의 세계관에 따른 냉엄한 진단과 해석, 타당한 비전이나 구체적 대안 제시 등-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앤트원 피셔>의 경우 영화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좋았으나 소박한 감상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찬드라>는 그 작품이 가지는 특성을 잘 포착하고 이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 곧. 시점과 숏 등 영화적 장치들과 서사들을 연결시켜 작품이 숨은 의미를 찾고자 한 시각, 성찰적 기술은 좋았다. 그러나 작품 분석이 치밀하지 못하고 논거를 통한 논증을 하지 못한 채 주관적이고 당위적인 기술을 하는 데 그쳐버렸다. <달콤한 인생>은 이와 달리 텍스트 분석이 치밀하였다. 내용이나 서사구조뿐만이 아니라 형식과 스타일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가하였다. 이런 작업을 통해 영화의 달콤함-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과 배고픔-서사의 빈곤-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명쾌하게 밝혀내고 있다.

서사구조, 이미지, 공간 등으로 분절하여 영화 텍스트를 치밀하게 분석한 것,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한 사례에서 영화의 장단점을 동시에 본 것-모호함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하지만 그만큼 서사의 인과관계가 긴밀하게 짜여있지 못하다거나 비주얼의 장점을 지적하면서 비주얼에만 기대어 서사구조와의 얼개를 소홀히 한 점을 지적한 것 등- 또한 이 글의 미덕이다. 하지만 비판이 좀 더 예리할 수 없었을까. 해석을 통한 종합이 약하여 이 글을 읽은 심사자 또한 배가 고프다. 인상비평을 넘어 구조적인 분석을 하고 좀 더 치밀하게 논증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설득력과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우리는 아는 만큼이 아니라 읽는 만큼 본다. 많이, 깊이, 넓게 읽어 현상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만나는 황홀감을 자주 느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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