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유난 좀 떨어보자
[장산곶매] 유난 좀 떨어보자
  • 지은 기자
  • 승인 2023.05.22
  • 호수 1567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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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은<편집국장>

 

‘유난’.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름. 또는 언행이 두드러지게 남과 달라 예측할 수 없는 데가 있음. 보통과 다르고, 남과 다르고, 조금은 과한 것.’ 유난이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유난 떠는 사람을 싫어했다. 필자의 친구 중 일상적이고 보통인 것에도 유난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다. 친구는 낙엽이 비와 함께 떨어지면 가을이 오는 것 같다며 감성에 취해 자신이 쓴 글 한 편을 SNS에 공유했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든 자연현상과 주변인의 태도에 큰 영감을 받았다.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 승패에 하루의 기분을 완납했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꼬리표를 달기 시작한 것에 대해선 과할 정도로 치켜올렸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을 SNS에 공유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말이다.

다른 친구들은 이 친구에 대해 ‘SNS 중독자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해 의미부여가 잦다’ ‘너무 유난을 떨어서 피곤하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강원도가 고향이라 남들보다 바다를 보는 일이 잦던 필자는 바다 구경 한 번에 온갖 감격을 드러내는 그 친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모두가 일상적이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저만 혼자서 갖는 것마냥 특별하게 유난을 떠는 모습이 좋게만 보이진 않았다.

그러던 중, 필자는 팍 끓었다가 쉽게 식어버리는 강철주전자 같다는 말을 듣게 됐다. 지난 봄, 필자는 벚꽃이 좋다고 3일째 벚꽃 명소 구경을 다니다가 석촌 호수 한복판에서 “나 이제 벚꽃이 안 예뻐보여. 별 감흥이 없어”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필자는 좋아하는 것이 자주 바뀌고, 조금 좋아하다가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다.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무언가에 대해 조금 익숙해지면 감탄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식어버린다. 에메랄드 빛의 제주도 바다도 매일 보면 흔한 뒷산같고, 서울을 감싸안은 한강은 그냥 물이다. 프랑스 파리 사람들에겐 에펠탑이 고철 덩어리 그 이상도 아닌 것처럼, 튀르키예의 열기구 운전사에겐 카파도키아의 광경이 땅과 돌로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익숙해지면 무뎌진다는 것은 원래 당연할 이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팍팍한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지면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는 규칙적이고, 틀이 정해져 있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유난떨지 않는다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변에 찬탄의 시선을 내뱉지 않으면 지루하고 칙칙한 채로 살 수밖에 없다. 화려한 벚꽃의 고자극도 회색 덩어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탄하고자 한다. 에일리언(생경한, 외국의, 외국인체류자, 외계인, 우주인)의 시각으로 모든 걸 바라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한강을 보며 느꼈던 소감을 잊지 않을 것이고. 처음 강남의 빌딩숲을 보고 휘몰아쳤던 감정을 잊지 않을 것이며.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단순한 교통표지판이 예뻐서 마구 찍어대던 그 들뜸과, 아파트를 멋있게 느꼈던 아주 어릴 때의 마음을 지금 필자의 하루에도 되살릴 것이다. 수만가지의 미의 기준을 야금야금 수용하며,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여길 모든 것들을 또한 아름답게 여기려 한다. 우중충한 하늘을 해리포터의 하늘로 바꾸고 하월곡이라는 글자 안에서 곡선의 미를 느끼며 연두색 철제 펜스를 봄의 기운으로 받아들이고 남들과는 다른 세상에 산다. 유난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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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1:40:56
각자의 세계관과 경험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며, 각기 다른 미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다른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들에 감탄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느낍니다. 또한, 다른 이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으며, 색다른 경험과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해당 기사를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이해와 존중, 그리고 개인적인 미를 발견하는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