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저는 여전히 당신이 궁금해요
[취재일기] 저는 여전히 당신이 궁금해요
  • 김다빈 기자
  • 승인 2023.05.22
  • 호수 1567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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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김다빈<사진·미디어부> 정기자

‘글이 가진 대체불가한 힘을 믿습니다’. 필자가 처음 한대신문에 들어오며 지원서에 적은 문장이다. 영상매체가 주를 이루는 시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글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도전 정신보단 단순히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대신문에 들어왔다. 기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한대신문에 들어와 가장 먼저 깨달은 건, 글에 대한 애정은 한대신문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란 것이었다. 밤새워 써간 기획안이 회의 시작 5분 만에 너무도 쉽게 탈락하거나, 기껏 기획회의를 통과하고도 인터뷰이 컨택에 실패해 기획안을 전부 엎어야 하는 건 부지기수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듣고 싶어 사진·미디어부에 들어왔지만,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필자가 던진 질문에 인터뷰이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찝찝했다. 겨우 기사를 작성하고 나서도 완벽하지 못한 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게 너무 부끄러워 단어에 붙은 조사 하나까지 모조리 신경 쓰였다. 나만 빼고 모두 잘하는 것 같은데, 오직 나 혼자만 기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스스로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갔다. 글에 대한 애정 하나로 이어가기엔 너무 버거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동안은 “진짜 확 때려치워 버릴까”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사실은 실제로 도망칠 문턱까지 다다른 적도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좋지만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필자는 항상 잘되고 싶은 사람과 멀어지고, 잘 보고 싶어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망치고, 잘하고 싶은 일에서 사고를 친다. 하여간 너무 애정을 가지면 꼭 잘 안되더라.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마음만큼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언젠가부터 인터뷰 질문지에 꼭 끼워 넣는 고정 질문이 생겼다. ‘일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어 나가는 것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받은 답변을 기사에 쓴 적은 거의 없다. 매번 비슷한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순간이 와도 이 일이 좋아서 계속 나아갈 수 있어요’.

그렇기에 필자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거창한 게 아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필자가 가진 능력과 자질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지만, 그래도 필자는 한대신문을 좋아한다. 첫 발간을 마쳤던 날의 지치고 들뜬 기분, 새벽 두 시에 동료 기자들과 먹는 간단한 야식, 간혹 인터뷰이로부터 받는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소소한 기억들을 사랑한다. 대체로 힘들지만 가끔 즐거운 이 일이 좋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글에 담아보려 한다. 처음 한대신문에 들어와 필자가 깨달은 명제는 거짓이란 걸, 사랑 하나로 오롯이 기자일 수 있는 마음이 있단 걸 이젠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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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1:34:57
저도 자신의 일에 대해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기사를 통해 겪는 어려움이라도 사랑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잃지 않고 극복하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필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일에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