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
[아고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
  • 박선윤 기자
  • 승인 2023.05.14
  • 호수 156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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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윤<대학보도부> 차장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로 가는 길’이란 그리스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10년 동안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고향을 찾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담았던 그리스 고대 서사시 ‘오딧세이아’를 배경으로 작성됐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이자 그리스에 있는 작은 섬인 이타카는 이 시에서 이상향, 꿈을 의미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기다리는 스무 살 겨울방학, 필자는 손목 안쪽에 ‘이타카’란 시의 제목을 새겨 넣었다. 언제나 마음 속에 꿈을 품고, 이상향을 가지라는 시인의 말처럼 희망차게 목표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열정은 많이 무뎌졌고, 대학생이 된 처음의 설렘과 여정을 향하는 힘은 사라졌다. 고등학교란 작은 세상에 갇혀있었던 것인지 대학의 넓은 세상은 필자를 작게만 만들었고 많은 걱정에 밤을 지새우게 했다. 큰 이상향을 품고 있기엔 다가오는 현실의 걱정들이 앞섰고 대학에 처음 들어올 때 계획했던 진로는 이미 바뀌었다. 대단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과 비교되는, 너무도 작고 쓸모없어 보이는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중에 꿈을 이루고 필자가 동경했던 사람들과 같은 멋진 모습으로 그리스에 있는 이타카를 찾아가겠단 다짐은 희미해져 갔다. 나의 이상향인 ‘이타카’를 더 이상 마음속에 품고 있을 여유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란 희곡을 읽게 됐다. 이 책에서 작가 괴테는 전지전능했던 신의 말을 빌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는 말을 던진다. 작가는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어떻게든 발버둥 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며, 모든 이들이 결국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갈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글귀 하나가 방황하던 필자를 바로 잡았다. 대학에 들어와 가능한 많은 일을 경험하고 배우려고 노력했기에, 이 노력이 필자를 혼란스럽고 힘들게 만든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나아가는 길엔 필자를 방황하게 만드는 많은 장애물과 밤을 지새우게 하는 걱정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자책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오디세우스와 파우스트처럼 굳건하게 나아가려고 한다. 

대학에 들어와 많은 걱정이 생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나가 마주하는 현실에 작아지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려고 하기에 아프고 힘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주저앉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단 메세지를 전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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