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관성에서 벗어나기
[독자위원회] 관성에서 벗어나기
  • 배준영<인문대 국어국문학과 20> 씨
  • 승인 2023.05.14
  • 호수 1566
  • 10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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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봄이 찾아들 무렵, 낯선 사무실에서의 어떤 다짐들을 기억한다. 그 공간을 거쳐간 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고민과 외로운 시간까지도. 이제는 내 것이 아니게 된 그 고민의 흔적은 지면에서, 누군가의 행간에서 여전히 돋보인다. 조금 더 열정적이었다면 좋았을, 그 시기를 뒤로한 채 아쉬운 마음으로 몇 마디 말을 전한다.

기성 언론과 대비되는 학보사의 특징은 바로 단조로움에 있다. 대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유사한 환경에서 한정적인 시간을 보낸다. 철저히 갖춰진 운영 계획을 중심으로 특정 시기에 해야만 하는 일들이 반복된다. 그렇기에 유사한 결의 문제들은 일정 간격을 두고 거듭해 발생한다. 이를테면 1565호 학내보도 02면의 주요 화두였던 교내 흡연(구역) 문제나 학과 통폐합이 그렇다. 한때 다뤘고, 현재에 다루며 앞으로 또 다뤄야 할 이 문제들 앞에서 기자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은 비롯되어야 한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기자란 반복적인 (대학)사회 문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좋은 기사와 기자는 관성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사회인으로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자로서 사건을 보도하는 방식이 이전의 것과는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기자의 존재 이유를 단순한 사실 보도에 국한시킬 수 없는 시대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므로, 기존과 대비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신문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시대, 만드는 사람에서 다시 독자가 된 지금의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독자 스스로 신문을 찾아 읽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며 관성에 의존한 신문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고. 새 시대의 독자가 바라는 신문은 실험적이면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 신문이다. 있어야 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무엇으로서 신문은 존재해야 한다.

추상적인 말들로 빙 돌아왔지만, 기자들이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길 바란다. 학내, 나아가 (대학)사회 문제를 다루는 기자라면 해당 문제를 오직 한대신문으로써 접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수없이 접할 정보의 나열은 기사로서의 생명성이 없을뿐더러 속보 형태의 보도가 아니라면 시의성 측면에서 큰 가치가 없다. 아울러 해당 지면에서 다루는 기사들이란 대개 어떤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기사는 ‘가치중립’이란 말과 거리가 있다. 이 부분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또 학보사의 특성상 기성 언론에 비해 환경 제약이 많다는 걸 알지만 기자의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실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 대개 언론사의 정체성은 그런 식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니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문화·기획면 기사는 대체될 수 없는 기자만의 것이어야 한다. 정해진 틀을 허물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사 분위기를 잘 살려 보길 바란다.

필자 역시 그러하지 못했지만 모든 후회는 결과론적이기에, 열렬한 과정 가운데 있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지면을 구성하는 단 한 줄의 문장도 흘려보내지 말 것. 오늘의 문장은 역사의 단편이자 누군가의 귀감이 될 테니 쉽게 놓아주지 말 것. 집요하게 되묻고, 스스로 답해볼 것.

대학 언론의 최전선에 선 기자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꿈을 찾거나 잃어가는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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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1:49:14
학보사의 특징은 단조로움이며, 기자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새로운 방향과 실험적인 접근으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자들에게는 집요함과 열정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독자들의 귀감이 되기를 바라는 격려의 말도 전해집니다. 학보사 기자의 노력과 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