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저 사람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화면 속 저 사람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버추얼 휴먼 ‘제인’이 홈쇼핑 방송에서 직접 의류를 시착하며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홈쇼핑 방송에 등장해 제품 완판 기록을 세운 한 쇼호스트가 있다. 제품 설명을 매끄럽게 진행하며 각종 의류를 자연스럽게 시착해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전문 쇼호스트처럼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닌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버추얼 휴먼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버추얼 휴먼’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간으로, 지난 1998년에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의 버추얼 휴먼은 주로 △음반 △화보 △TV 광고 등에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날 이들은 실시간 인기 방송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는 등 보다 자연스럽고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버추얼 휴먼의 과거와 현재는
버추얼 휴먼의 활동폭이 넓어질 수 있던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제작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초기 버추얼 휴먼은 ‘VFX 합성 기술’로 만들어져 짧은 영상을 제작하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그 외형이 인간과 어설프게 닮아 오히려 어색함을 주는 일명 ‘불쾌한 골짜기’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인간의 외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버추얼 휴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건 ‘딥페이크’ 기술 상용화와 게임 개발에 쓰이던 ‘실시간 엔진’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로 제작된 버추얼 휴먼은 실제 사람과 상당히 유사한 외형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재현하는 건 물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졌다. 허인경<펄스나인>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자사의 딥페이크 기술은 수십만 장의 얼굴 이미지를 학습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얼굴을 실시간으로 합성한다”며 “가상의 얼굴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실시간 합성해 다양한 연출에도 흔들림 없는 품질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휴먼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면서 자연스러운 외모에 소통도 가능해져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상민<온마인드 사업전략실> 사업전략 이사는 “실시간 엔진으로 개발한 버추얼 휴먼은 별도의 영상 합성이나 편집 없이 모션 캡처를 사용해 실시간 라이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중과의 소통도 끄떡없다
현재의 버추얼 휴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사람처럼 착각하게 할 정도로 정교한 표현력과,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소통 능력을 지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버추얼 휴먼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자연스러움과, 대중과 소통하는 신선한 모습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SNS에서 화제를 모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이런 새로운 기술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시너지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솜털 △점 △주근깨 등 기존의 버추얼 휴먼에선 볼 수 없던 세밀한 부분까지 구현해냈다. 실제 사람 같은 외모를 바탕으로 SNS에 일상을 공유하며 대중과 소통해 수많은 팔로워와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실시간 소통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단 점도 최근 버추얼 휴먼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과거 버추얼 휴먼이 대중과 분리된 다른 세계 속에만 머무는 듯한 단절된 느낌을 줬다면, 지금은 실시간 방송처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에서 대중을 만나기 때문이다. 허 실장은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를 예로 들며 “생방송 TV 출연, 라이브 팬미팅 등의 쌍방향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이런 꾸준한 활동의 결과로 팬덤이 생기고 여러 SNS에서 컨텐츠 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전한 콘텐츠가 되기 위해선
하지만 일각에선 버추얼 휴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일시적일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실제로 버추얼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높지만, 대중의 반응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에 대한 얘기보단 기술력에 대한 놀라움이 주를 이룬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버추얼 휴먼의 인기가 지속될진 지켜봐야 한다”며 “팬덤이 탄탄해질 때까지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버추얼 휴먼의 외형이 실제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외형과 더불어 어떤 경험을 선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박승원<와이어링크 TX그룹> TX컨설팅 선임연구원은 “버추얼 휴먼도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과 구분이 안 될 시기가 오면 외형과 더불어 어떤 내용을 담는지도 중요해질 것”이라 말했다.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버추얼 휴먼이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버추얼 휴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된다.
 


도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박승원<와이어링크 TX그룹> TX컨설팅 선임연구원
이상민<온마인드 사업전략실> 사업전략 이사
허인경<펄스나인> 커뮤니케이션 실장
사진 제공: 펄스나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2:17:26
기술의 발전으로 버추얼 휴먼이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외형과 표현력이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버추얼 휴먼은 실시간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과 소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뿐 아니라 제공하는 경험과 콘텐츠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버추얼 휴먼의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며, 새로운 영역에서의 응용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