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묵언과 ‘헤어질 결심’
[칼럼] 묵언과 ‘헤어질 결심’
  • 김정기<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7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기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명예교수
김정기<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명예교수

안뇽! 새 학기가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네요. 코로나19와 방학으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 선후배와 진하게 만났겠지요. 사랑하는 연인과는 언어와 비언어 동작을 충분히 동원하며 이야기를 나눴겠고요. 복도에서 접하는 여러분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과 깔깔 웃는 소리는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처럼 꿈같은 기운을 자아낸답니다. 태양처럼 젊은 그대들, 인생의 절정을 향유하는 그대들다운 백화제방의 명량 소통이 전 멋있고 부럽답니다.

사실 대학은 학생들의 소통을 먹고 살아가는 곳입니다. △첨단의 연구 △최고 수준의 교육 △학생 수요자 중심의 대학 △혁신하는 대학과 같은 목표 못지않게 학생의 열정과 꿈을 담고 있는 소통으로 견인돼야 합니다. 그것이 꿈을 가진 대학, 꿈을 키우는 대학이라는 존재감에 명실상부합니다. 대한민국이 좋아하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꿈이 ‘골’이고, 가수 나훈아의 꿈이 꼬인 세상을 푸는 ‘테스’형에 대한 기대이고, 시인 한용운의 꿈이 ‘님’이라면, 대학의 꿈은 학생의 걸림 없는 ‘소통’입니다.

그러나 소통이 부재하거나 빈약한 곳도 있습니다. 바로 강의실 수업 시간의 소통입니다. 화사한 꽃처럼 피어나는 친구들과 주고받는 목소리가 수업 시간에는 묵언으로 변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나는 자유인’임을 대변하는 질문이나 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개선 처방도 백약이 무효일 정도입니다. 물론 하나의 정답만을 주입식으로 추구하는 대학 이전의 교육환경이 초래한 결과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향은 인종, 국경, 나라, 나이, 노소, 성별, 직업, 지위, 학력 등과 무관한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불안감’이 그 원인이라고 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류 대부분이 경험하는 지병입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사에서 제일 많이 조사되고 발표된 논문의 주제가 ‘커뮤니케이션 불안감’입니다.

그 불안감의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60여 년도 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한 학생이 옥상에서 투신하려고 해 난리가 났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내용인즉슨, 공학대학 소속인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자신의 스피치 순서가 가까워지는 것에 의한 불안감으로 발생한 소동이었습니다. 전공과목에서 모두 A를 받은 이 명석한 예비 우등생은 졸업 필수 교양과목인 스피치 수업에서 12번이나 수강을 취소하는 등 실패를 거듭했는데, 이 학기가 졸업할 수 있는 마지막 학기였습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커뮤니케이션 불안감이 학업 능력과 성적을 저하하고, 리더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게 하며, 매력을 낮춘다는 발견을 해왔습니다. 능동적인 사고 형성과 의사소통 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매우 심각한 부정적 영향입니다. ‘생각의 탄생’을 억제하여 자신만의 차별성과 고유한 체취를 풍기는 ‘자기다움의 언행’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이 실종된 강의실, 토론이 부재한 강의실은 퇴출돼야 할 무기력입니다. 젊은 사피엔스인 우리 젊은 대학생들이 단순히 수업 일정에 참여해 출석 체크나 하는 수동적인 로봇이 되는 건 너무 시시합니다. 혹시 수업 시간에 아직 입도 벙긋 안 했나요? 그럼 영화 제목처럼 ‘헤어질 결심’을 하세요. 서둘러 모든 묵언과 단호하게 헤어지길 응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3:09:34
대학은 학생들의 꿈과 열정을 담아내는 곳이어야 하며,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생각 형성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도모해야 하며,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과 창의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