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각해지는 저출생 문제, 정치권은 과연 심각한가
[사설] 심각해지는 저출생 문제, 정치권은 과연 심각한가
  • 한대신문
  • 승인 2023.04.04
  • 호수 1563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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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치권은 정작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대책 내놓기만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우선 여당에선 지난달 22일 20대 남자가 결혼해 자녀를 셋 이상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주겠단 정책을 냈으나, 여론의 뭇매에 곧바로 철회한 바 있다. 해당 정책안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자녀가 없는 20대 신혼부부는 54.3%이며, 심지어 자녀가 3명 이상인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이런 판국에 청춘을 아이 셋과 교환하며 18개월의 군대 면제를 받고 싶어할 사람이 있기는 할 지 의문이다. 또한, 국방부에선 인력난에 시달려 현역판정률 상향을 통해 군 입대 인원을 늘리려 하는 상황인데, 여당이 내놓은 병역 면제 정책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는 했던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한 국회엔 지난달 21일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고 월 100만 원 이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돌봄 노동의 외주화를 통해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 출생률을 높이려는 취지였겠지만, 몰상식한 생각이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대상을 차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안이 결국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킨단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차별 대우를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 △유엔 인권 규약 △헌법 정신 등을 위배한 채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인 발상이다. 지난해부터 「가사근로자법」의 시행으로 가사근로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지위가 재고되는 와중에 이민 노동자 차별과 사회 갈등을 심화적으로 조장하고 있으니 부끄럽지 않은가.

국회에서 근시안적인 제안이 난무하는 한편 정부에서도 저출생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현재 정부에선 18세까지 매달 1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금전적 지원 정책안 검토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작 급한 부분은 육아 환경의 개선이다. 자녀 출생 직후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 2020년 기준 OECD 19개국 중 가장 낮다. 게다가 전국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8곳에 불과하며 심지어 지난주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폐지를 선언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아도 돌보기 힘들고, 아이가 아파도 치료하기 힘든 국가다. 지난 15년간 280조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 이상 단순히 예산만을 투입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단 것이 증명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본질에서 한 발 물러선 채 저출생 문제를 일차원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젠 심각한 태도로 문제의 근간을 파헤쳐야 하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저출생 대책 마련을 위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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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26:41
대안으로 제시된 정책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거나 규약과 법을 어길 수 있다는 점이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생 문제의 해결에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뿐만이 아니라 육아 환경 개선과 응급 의료시설 확충 등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들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