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키지 프리로 즐기는 부담 없는 한 잔
콜키지 프리로 즐기는 부담 없는 한 잔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4.04
  • 호수 1563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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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에 위치한 콜키지 프리 식당의 모습이다.
                                          ▲ 춘천시에 위치한 콜키지 프리 식당의 모습이다.

애주가 A씨는 외식을 위해 식당으로 출발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좋아하는 술을 한 병 챙겨 나섰다. 원하는 술을 가져가 마실 수 있는 일명 ‘콜키지 프리’ 식당에 가기 때문이다. 과거 식당에 없는 와인을 가져가 마시던 문화에서 발전한 콜키지 프리는 최근 들어 외부 주류 반입 허용을 통칭하게 됐다. 최근 이런 콜키지 프리가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고급술에서 소주와 맥주 같은 술까지 적용되며 외식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술? 가서 사지 말고, 사서 가자
콜키지 프리가 주목받으며 콜키지 프리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콜키지 프리’ 검색 기록이 지난달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이런 인기에 한 맛집 검색 플랫폼에선 와인 판매 업체와 협업해 콜키지 프리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동구에 위치한 콜키지 프리 고깃집의 점장 박진영<서울시 성동구 27> 씨는 “최근 콜키지 프리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 보통 다섯 팀 중 한 팀은 외부 주류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콜키지 프리의 주목엔 주류값 인상과 고급술의 대중화가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맥주의 가격은 지난해 각각 7.6%, 5.5% 인상돼, 식당 판매가는 각각 11.2%, 10.5%까지 올랐다. 마트에선 약 1천4백 원이면 사는 소주를 식당에서 5~6천 원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돼 꺼릴 수 있다”며 “콜키지 프리가 술값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고급술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김선희<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와인이나 양주 등의 고급술이 대중화됐다”며 “소비자들의 주류 취향이 폭넓어지면서 원하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콜키지 프리가 주목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비싼 돈을 주고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는 것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나 주류전문점에서 원하는 주류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해 콜키지 프리 식당에서 즐기는 것이다.

가게도 반기는 콜키지 프리
콜키지 프리는 소비자에게 부담 없이 원하는 술을 즐기는 방법이 될 뿐 아니라, 가게 입장에서도 좋은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콜키지 프리로 식당에선 손님을 더 모으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혜진<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콜키지 프리로 주류 매출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손님을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부담스러운 술값으로 인해 손님이 줄어드는 것보단, 주류 매출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콜키지 프리를 즐기기 위해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 음식을 더 판매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이런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주·맥주까지 콜키지 프리를 허용하는 식당도 생겨나고 있다. 춘천에서 콜키지 프리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최근 소주·맥주까지 콜키지 프리를 도입하자 타지에서도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며 “콜키지 프리를 즐기는 손님들이 음식을 많이 시켜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애주가들 중심으로 술과 함께 콜키지 프리 식당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애주가들이 콜키지 프리 식당의 △메뉴 △위치 △콜키지 프리 조건 등을 정리한 이른바, ‘콜키지 프리 지도를 공유하는 것이다. 콜키지 프리 식당을 찾는 이들은 해당 지도로 정보를 얻는다. 박 씨는 “콜키지 프리 지도에 우리 식당 가게 정보가 올라와 있다”며 “덕분에 콜키지 프리를 즐기기 위해 식당을 찾거나 전화로 콜키지 프리 여부를 묻는 분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콜키지 프리, 제대로 알고 즐기자
콜키지 프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사전에 적용 조건을 잘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식당마다 △가게에서 팔지 않는 주류만 가능 △와인, 위스키까지 가능 △테이블당 1병까지만 가능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황종영<서울시 은평구 30> 씨는 “콜키지 프리 조건을 제대로 알아보고 가지 않았다가 추가 요금을 낸 적이 있다”며 “이후엔 항상 콜키지 정보를 알아보고 간다”고 말했다.

해당 식당의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주류를 챙겨가는 것도 좋다. 주류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방문할 음식점의 메뉴에 따라 잘 어울리는 주류를 준비해 간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평소 콜키지 프리 식당을 자주 찾는 김성민<서울시 강남구 24> 씨는 “콜키지 프리 식당의 메뉴에 따라 회와 위스키,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처럼 안주와 어울리는 조합이 잘 맞는 술을 가져간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콜키지 프리 식당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이 교수는 “주류 가격이 재차 인상된다면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콜키지 프리 식당이 늘어날 것”이라 설명했다. 

콜키지 프리로 다양한 술을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콜키지 프리 식당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선희<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교수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전혜진<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사진 제공: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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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20:46
콜키지 프리를 즐길 때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음식과 어울리는 주류를 선택해 즐기는 것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콜키지 프리 식당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술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