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신성경 기자
  • 승인 2023.03.20
  • 호수 1562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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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재즈의 매력에 빠지다
특유의 나른하고 잔잔한 노랫말로 가늘고 길게 사랑받는 노래 장르가 있다. 바로 ‘재즈(Jazz)’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듣자마자 청각을 사로잡는 요즘 인기곡들과는 달리, 가벼이 춤추듯 내뱉는 노랫말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 과거엔 주로 중장년층의 남성에 의해 소비되던 재즈는 최근 5년간 2·30대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이들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잡지 「월간 재즈 피플」의 기자이자 유튜브 채널 ‘재즈기자’의 운영자인 류희성 씨는 “잡지와 유튜브 채널의 주 구독층을 분석했을 때, 재즈는 지난 2019년쯤부터 2·30대와 여성에 의해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젊은 층을 사로잡은 재즈의 매력으론 △마이너 음악 장르가 가진 힙한 감성 △매번 다르게 곡을 해석하는 즉흥적인 연주 스타일 △서정적인 음악부터 힙합 등의 타 장르 음악을 담아내는 수용성 등이 꼽히고 있다.

재즈란 무엇인가
재즈는 17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흑인 노예의 후손들이 아프리카 민속음악의 특징을 유럽 음악에 녹여내 흑인 영가로 발전하며 탄생한 장르다. 이후엔 전 세계로 전파돼 각국 민속음악과 결합하면서 여러 형태로 연주됐다. 흥겨운 리듬과 다채로운 악기 구성이 눈에 띄는 스윙(Swing), 빠른 템포와 격렬한 즉흥 연주가 특징인 비밥(Bebop)을 비롯해 록이나 라틴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재즈와 합쳐진 퓨전 재즈(Fusion Jazz)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재즈의 유행은 끊임없이 바뀌며 발전해왔다. 이를 거쳐 요즘 재즈는 특정 장르의 유행보단 그동안 발전해 온 장르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LP 청음카페 속 LP가 진열된 모습이다
                                        ▲ LP 청음카페 속 LP가 진열된 모습이다. 

재즈, 이렇게 즐겨보자
요즘은 어둑하고 중후한 재즈바 느낌이 아닌 세련되고 힙한 느낌의 재즈바나 페스티벌에서의 라이브 공연이 대세다. 이 때 재즈는 기념일이나 파티의 특별한 배경음악으로써 음식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다이닝 재즈의 형태로 연주되기도 한다. 또한 재즈 마니아들은 △라라랜드, 위플래시 등 재즈 소재 영화 △재즈바·라이브카페 △LP 등 여러 방식으로 재즈를 즐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신선한 방식으로 재즈를 즐기기 위해 LP 청음카페와 재즈 보컬 레슨을 체험했다. 우선 최근 LP열풍에 따라 생겨난 청음카페를 찾았다. 턴테이블에 LP를 올려놓고 판에 톤암을 갖다 대니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와 마치 과거로 돌아가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기자는 「Cheek To Cheek」, 「The Girl From Ipanema」등 평소 좋아하는 재즈곡을 들으며 LP가 선사하는 특유의 울려 퍼지는 음에 매력을 느꼈다.

턴테이블에서 재즈가 연주되는 모습이다.
                                           ▲ 턴테이블에서 재즈가 연주되는 모습이다.

해당 카페를 찾은 대학생 A씨는 “재즈 LP가 주는 감성 때문에 실제 턴테이블을 구매해 집에서도 듣고 있다”며 “청음카페에서 LP를 사 모으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엔 △성수 △이태원 △종로 등의 일명 핫플레이스에 재즈바나 라이브카페가 들어서면서, 재즈를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선 가벼운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며 재즈밴드의 연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사람들은 낭만적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터뜨린다.
 

보컬 권혁준 씨가 재즈를 가창하고 있다.
                                           ▲ 보컬 권혁준 씨가 재즈를 가창하고 있다.

특별한 악기 없이도 재즈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매력적인 목소리가 특징인 재즈 보컬을 배워보는 걸 추천한다. 기자는 실제 ‘부기우기’, ‘벨지움카페’ 등 여러 재즈바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혁준<온더독밴드> 보컬을 만나 레슨을 받아봤다. 

먼저 재즈 보컬의 기초인 ‘스캣’과 ‘페이크’를 배웠다. 스캣은 의성어로 가사를 대신해 재즈악기를 목소리로 흉내 내는 방법으로, 재즈씬에서 연주중이나 전후에 즉흥적으로 진행된다. 권 씨는 “연주자나 곡의 장르마다 특정 선호되는 멜로디 라인이 있어, 같은 곡이라도 스캣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며 “스캣을 연습하고자 할 때엔 특정 장르의 스캣 영상을 보며 답습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곡과 비슷한 리듬을 떠올리며 스캣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나긋하고 편안한 느낌이 인상적인 보사노바 재즈를 배워보고자 했기에, 해당 장르에서 주로 사용되는 ‘라, 바, 두위, 닷’ 발음을 위주로 연습을 진행했다. 첫 시도엔 음을 따라하는 허밍에 불과했지만 선생님과 스캣을 반복적으로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노래에 어울리는 스캣을 구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페이크는 멜로디 라인을 악보 표기대로가 아닌 어느 정도의 장식적인 변화를 넣어서 연주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이 올라가는 부분을 내려가는 듯 표현해 곡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후 기자는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보사노바풍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이라는 곡을 연습했다. 노래의 시작과 중반부엔 즉흥적인 스캣을 곁들이고 ‘뛰어 갈 텐데 훨훨 날아 갈 텐데’라는 부분의 가사를 원곡보다 느리게 표현해 곡의 진득한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실제로 재즈를 불러보면서 느낀 점은 들을 때와 다르게 재즈가 가진 즉흥성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단 것이었다. 나만의 해석을 더해 즉흥적으로 내뱉는 스캣 자체가 멜로디가 되고 페이크를 사용해 연주의 흐름을 바꿔 놓는 경험은 재즈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사당 재즈바 entry55에서 재즈 무대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 사당 재즈바 entry55에서 재즈 무대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진가는 연주에 있다
재즈의 대가, 루이 암스트롱은 말했다. ‘만일 당신이 재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재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취재를 통해 재즈를 접한 기자의 생각도 같았다. 재즈의 본질은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지보단 어떻게 표현하고 즐기는 지에 달려있다. 올 봄, 라이브 연주에서 그 진가를 찾아 재즈페스티벌이나 콘서트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QR코드에서 기자의 재즈를 들어보자
                                               *QR코드에서 기자의 재즈를 들어보자

 


도움: 권혁준<온더독밴드> 보컬 
류희성<월간 재즈 피플> 기자
사진제공: 사당 재즈바 entry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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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39:19
재즈의 매력에 대한 기사를 읽고, 젊은 세대들이 재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재즈는 후렴구와는 다른 가사의 흐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재즈가 다양한 장르와 융합되며 진화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LP 청음카페와 보컬 레슨을 통해 재즈를 체험하는 방법을 소개한 부분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재즈의 즉흥성과 표현력은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느끼게 합니다. 재즈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