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좋아합니다
[취재일기] 좋아합니다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3.03.14
  • 호수 1561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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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은 <부편집국장>, <사진미디어부> 부장

내 일 년을 되돌아봤다. 일 년을 돌이켜보며 노트북을 앞에 두고 어떤 말을 담을지 고민 중이다. 오랜만에 쓰는 ‘내’ 글이라 담고 싶은 말들은 수두룩하고, ‘한대신문’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 얘기해도 부족하다. 7.5매의 작은 취재일기 코너에 넣긴 더더욱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춰 담아 보려 한다.

한대신문을 떠올리면 처음 면접을 보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돼도 좋고 안돼도 좋아.’ 신문사 생활이 힘든 것을 알기에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곤 운명에 맡겼다. 한대신문에 들어가는 게 운명이면 붙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그렇게 시작했던 아무것도 몰랐던 수습기자는 현재 한대신문의 부국장과 한 부서의 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처음엔 학보사의 부국장으로서 높은 직책이 주는 무게가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서 부국장의 자리를 맡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반복했다. 내가 그 자리를 책임질 수 있을지, 지난 국장, 부장님들처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필자는 지금 부국장이다. 한대신문을 너무 좋아하기에 이기적이게도 ‘나’를 위해 선택했다. 모든 지면과 기사에 관여하며 데스킹할 수 있어서 필자는 직책을 맡았다. 기획회의 시간에 아무 말 하지 못했던 수습기자는, 이젠 날카로운 피드백이 기자들의 마음에 꽂혀 그 상처가 오래갈까 걱정이 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국장이 되었다. 지금도 피드백을 하는 매 순간은 필자에겐 긴장이다. 하지만 부국장으로서 하는 데스킹이 좋다. 부국장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아낀다.

학보사에 있으며 필자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됐고 바뀐 생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몇 시간째 반복하는 웹서핑도, 수없이 읽어야 하는 기사도, 끝없는 소재를 찾는 과정의 고통까지도 좋다. 달력엔 한대신문 일정으로 빼곡하고, 새벽을 새며 기사를 준비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매주 피로는 쌓여가고 쌓인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마감조판의 날은 다가온다. 그러나 필자에겐 매 순간들이 다 즐겁다. 그 중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목요일 19시 신문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웃으며 인사하는 기자들을 볼 때이다. 마감시간 다 같이 먹는 저녁밥도, 새벽의 야식도. 힘들지만 웃으며 기사에 집중하는 기자들이 있기에 즐거웠다.

물론 너무 힘들어 당장이라도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도 이 일을 지속하는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좋아하니까’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어쩌면 필자는 생각보다 더 이곳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이번 학기에도 분명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들은 날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낡은 한대신문사 사무실에서 보낸 낮과 밤을 좋아한다. 학생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을 좋아한다. 그저 한대신문을 좋아한다.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를 끝으로 이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필자는 오늘도 신문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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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56:40
작은 취재일기 코너에 들어가기엔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서도 한대신문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두드러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힘든 일도 즐겁게 여기고, 그 안에서의 성장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