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신성경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주의 문화 테마 ‘책방’
종이책보단 전자책이 익숙한 요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책 내음에 향수를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오는 3월 따스한 봄을 맞아, 대학서적 구입을 위해 헌책방을 찾았던 20세기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청계천 책방거리’ 전시를 탐방해보자.

책방과 함께한 역사를 살피다, 전시 「서울 책방거리」 기획
 


다시금 종이책으로 돌아가 보고픈 대학생들에게, 「서울 책방거리」 전시를 추천한다. 전시를 보러가는 길,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서울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대학천·청계천 길을 거닐다 ‘청계천·청계로 전시실’에 들어서면, 나란히 걸려 있는 과거 청계천 책방거리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통해 청계천 책방거리가 미개발된 서울의 외곽지역이던 시절부터 서울의 대표 책방거리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시대 순으로 볼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를 장점 삼아 헌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당대 경제 불황과 맞물려 책방거리의 탄생을 낳은 것이다.

또한 ‘실제 서점거리를 재현한 전시실’에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청계천 책방거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엔 서점 주인들의 인터뷰 영상과 함께, 소위 시대별 헌책방 ‘베스트셀러’가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1950년대, 어렵고 힘든 시절 공부를 위해 찾았던 헌 교과서와 참고서부터 1980년대, 민주화 시대에 몰래 구해 보던 금서까지 서점풍경을 통해 당대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다. 과거 신학기엔 헌 교과서와 참고서를 구하러 전국에서 찾아온 학생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교육 환경이 변하면서 헌책에 대한 수요가 줄어 오늘날엔 10여 개의 책방들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니, 천변을 따라 거닐고픈 날이면 청계천 근처에 위치한 이곳에 한번쯤 들러 구경해보길 추천한다. 

희미해져 가는 역사를 찾아가다, ‘청계천 책방거리’

 


전시의 배경이 된 실제 청계천 책방거리를 찾아 동대문역에 내린 기자는, 촘촘히 자리 잡은 책방들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거리라고 하기엔 작은 규모지만 서점 내부엔 △교과서 △만화책 △성경책 △수험서 △전집 등 종류를 불문한 책들이 끝도 없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곤 △시중에서 찾기 힘든 고서를 구입하려는 사람 △절판된 전집을 사러 온 사람 △헌책방의 책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의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책방거리에서 45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곽종구<서울시 마포구 74> 씨는 “과거엔 해당 거리 전체가 서점이었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의 고객들이 여러 분야의 책들을 구입하러 왔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서 “요즘엔 주 고객층이던 대학생들조차 이곳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고 과거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책방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책방거리에선 오늘날 접하기 힘든 절판서나 실시간 흥정을 거쳐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해볼 수 있다. 헌책방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과거 대학생들이 애정 했던 지식의 보고, 청계천 책방거리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