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BTI는 측정의 도구일 뿐, 규정의 잣대로 사용하지 말자
[칼럼] MBTI는 측정의 도구일 뿐, 규정의 잣대로 사용하지 말자
  • 김은영<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7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별자리, 혈액형에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MBTI는 첫 만남 자리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 주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질문이 되었다. 상대방의 MBTI를 궁금해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이고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MBTI 궁합을 맞춰보는가 하면,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법인에서까지 채용심사에 MBTI를 요구하여 썰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인 MBTI는 정신분석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검사 도구의 일종이다. 홈스쿨링과정에서 “인간의 성격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아주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고안된 일종의 검사형태를 취한 게임에 가까운 것이다. MBTI는 에너지 방향(E/I), 인식 기능(S/N), 판단 기능(T/F), 생활양식(J/P) 등 4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16개의 성격 유형 중 한 가지로 개인의 특성 및 행동을 설명한다.

<트렌드 모니터 2022>의 ‘자아 정체성 및 MBTI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들은 인간관계를 잘 하기 위해(58.1%),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44.5%), 직업(39.6%), 진로/전공 선택을 위해(36.2%) MBTI를 활용한다고 응답하였으며, 무려 75.2%가 MBTI를 신뢰한다고 답하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MBTI 검사결과를 활용하고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MBTI가 유행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귀납했다. 첫째, MBTI는 게임적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특징 중 하나로 어떤 행위에 대한 결과가 다른 감각 양식으로 변환되어 나타날 때, 사람들은 그것에 굉장히 열중한단 것이다. MBTI는 설문을 통해 나에 대해 답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결과는 알파벳의 조합으로 보여지며, 각 항목별로 퍼센테이지(%)가 나오면서 내가 어느 성향이 더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게임과 유사한 특징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자아를 찾기가 점점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보 과다의 시대,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 흐름속에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시간에 대한 공들일 필요 없이, 단 몇 마디로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간편법이 존재한다면, MBTI를 통해 사람을 빠르고 쉽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MBTI로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쉽게 판단해버리거나, MBTI 비교를 통해 자신과 좀 더 맞다고 생각되는 유형의 사람과만 어울리는 등 “MBTI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특정 유형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사람이 한 평생 하나의 MBTI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어떤 사회적 모습으로 주로 살았는가에 따라 성향은 영향을 받으며, MBTI는 바뀔 수 있다. 알파벳 4자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고정된 틀에 자신을 가두기 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MBTI를 나의 성향을 파악하고, 장점을 살리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얕은 추측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그 과정에서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4:19:31
MBTI는 현대 사회에서 성격 이해와 인간관계에 대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 쉽게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MBTI를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여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갖거나 비교하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은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MBTI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BTI는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결정적인 것은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