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 후 융합디자인학부 신설... 개선없는 하향식 의사결정
학과 통폐합 후 융합디자인학부 신설... 개선없는 하향식 의사결정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2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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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4년부터 산업디자인학과(이하 산디과)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이하 커디과)가 융합디자인학부로 통합된다. 이에 학교 측은 △디지털 신기술에 의한 산업변화 △새로운 융합 △하이브리드 학문 및 교육의 추가 필요 △학과 경쟁력 강화 등을 학과 통폐합의 이유로 밝혔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결정에 당혹스럽단 반응이다.

소통의 탈을 쓴 눈속임
지난 9일 제8차 대학평의원회에선 산디과와 커디과를 통합해 ‘융합디자인학부’를 신설한단 안건이 통과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안건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은 의도적으로 소수의 학생 대표자들에게만 논의 사실을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산업디자인학과 학생회장을 역임한 A씨는 “학교 측에서 말이 와전되고 이에 따라 생기는 여파를 우려해 학생들에게 알리는 걸 원치 않았다”며 “이에 소수의 주변 학우들에게만 학과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학과 부대표를 맡았던 김휘주<디자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21> 씨도 “학과 통폐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 대표자 일부만 불러 의견을 물었다”며 “전체 학생들과의 논의 절차는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학기 말, 산디과 및 커디과의 학과장 교수들은 △학과 학생회장 △학과 부학생회장 △학과 대표 △학과 부대표들을 불러 학과 통폐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이 작성한 동의서는 학사팀과 디자인대 행정팀이 학과 통폐합 내용이 담긴 학칙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사용됐다.

해당 발의안이 통과된 대학평의원회 회의에 참여한 총학생회 측은 개정안과 함께 제시된 학생대표의 동의서로 인해 전체 학과 학생들과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줄 알았단 입장이다.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박세원<과기대 의약생명과학과 14> 씨는 “동의서를 보고 전체 학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줄로 알았다”고 말했다.

통폐합 결정 됐지만 학생들 여전히 몰라
이뿐만 아니라, 기사가 작성된 시점을(23일) 기준으로 산디과와 커디과 학생들은 여전히 학과 통폐합에 대해 안내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학평의원회 측에서 학사팀과 디자인대 행정팀에 어떠한 안내 공문도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순<디자인대 RC 행정팀> 대리는 “학과 통폐합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맞지만 아직 발의안 결과에 대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해당 소식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 또한 당혹스럽단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소속 학생인 B씨는 “학과 통합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학과 통폐합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들도 학교 측이나 학생회 측의 공식 발표를 통해서가 아닌, 주변인을 통해 알음알음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C씨는 “학생회를 하는 동기들을 통해 통폐합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재 일부 학생들만 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시 불거진 통보식 의사결정 문제
학교의 이런 하향식 의사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서울 캠퍼스에선 ‘스포츠산업학과’와 ‘체육학과’를 통폐합해 ‘스포츠산업과학부’ 신설할 당시 학교 측의 소통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본지 제1527호). 또한 학교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ERICA캠퍼스 신입생에 대한 휴학 제한 규정 개정을 했던 점(본지 제1553호)에서도 선 결정 후 통보식 의사소통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총학생회 측은 지속적인 학교의 하향식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겠단 입장이다. 박 총학생회장은 “학과 통합 같은 중대한 사안이 있을 시 학생들에게 해당 사안이 결정된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전체 학생에 대한 동의안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총학생회 측은 학과 통폐합에 대한 산디과와 커디과 학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 위해 디자인 대학 학생회 측에 설문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박 총학생회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측과 다시 논의할 생각”이라 전했다.

학교와 학생 간 불통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더 나은 소통을 위해 학교 측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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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4:09:39
학교 측은 학과 통폐합과 관련하여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도 소수의 학생 대표자들만 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안타깝습니다. 하향식 의사결정과정은 지난 사례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과 학교 간의 불통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