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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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3.01.02
  • 호수 155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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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시민 불복종’
이 기사를 읽는 독자 대부분은 투표와 선거를 통해 참정권을 보장받는 대한민국 시민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해지기까지, 시민 불복종의 생생한 역사를 담은 두 작품 도서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와 영화 「서프러제트」를 소개한다.

홍콩 민주화 운동과 나의 18세, 도서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지금껏 홍콩에서 보통선거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보통선거는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날 때부터 지닌 권리이며 우리의 기본권을 되찾자는 것은 결코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란 의미를 담고 있다.” 도서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은 지난 2014년 홍콩 우산 혁명을 이끈 주역 조슈아 웡의 기록을 일지 형식으로 엮은 도서다. 행정 장관 직선제 투표 방식에 반대하며 일어난 이 혁명은, 홍콩 당국이 시위대에 발포한 고추 스프레이와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는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 시민 불복종의 대표 사례인 ‘우산 혁명’으로 불리게 됐다. 지난 2013년 7월 4일부터 2015년 6월 15일까지의 투쟁을 담은 이 책은 우산 혁명의 배경, 전개 및 결과를 △시민투표 전야 △동맹 휴학 준비 △우산 운동의 시작 △점거가 막을 내린 후의 총 4부로 상세히 다룬다. 이뿐만 아니라 촘촘히 적힌 일지마다 저자의 후기가 기록돼 있어 실제 운동가의 시선에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0세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홍콩인들 또한 민주를 위해 용기 내서 싸우고 있단 조슈아 웡. 그는 “항쟁이 홍콩에서 거대한 물결이 되기 전, 학생들이 가슴속에 품었던 이상과 생각들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도서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를 통해 시민 불복종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저자의 삶과 투쟁기를 따라가 보자. 

차라리 반역자가 되겠노라, 영화 「서프러제트」
 

20세기 초 영국, 여성이란 이유로 갖지 못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뜨겁게 맞선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운명을 규정짓는 여성의 힘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우리는 범법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입법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정당한 권리를 위해 기꺼이 불복종을 택한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서프러제트」를 소개한다.

주인공 ‘모드 와츠’는 세탁공장 노동자로,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사는 여성이다. 살면서 특별히 부당함을 느낀 적이 없던 그는 여성 참정권을 외치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서프러제트가 세상을 바꾸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모드는 우연히 세탁공장 동료 대신 의회에서 발언할 기회를 얻는다. 세탁공장에서의 경험을 증언하던 그는 지금껏 자신의 삶이 얼마나 부당함 투성이였는지 깨닫는다. 이를 계기로 모드는 여성 참정권을 위해 행동하는 서프러제트로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 「서프러제트」를 통해 우리는 현재 당연하게 누리는 수많은 권리가 한때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 속 수많은 서프러제트는 “나는 노예가 되기보단 반역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견고한 차별도 연대의 행동이 모이면 진일보할 수 있단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서프러제트」. 이 영화를 통해 지금의 시민 불복종 역사의 한 장면을 엿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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