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소송 이젠 시민이 나선다
기후 소송 이젠 시민이 나선다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2.11.28
  • 호수 1558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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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광주의 낮 기온은 섭씨 19도까지 상승했다. 완연한 겨울을 앞둔 11월 말에 가을 평균 낮 기온이 관측된 것으로, 늘 그랬듯 예년보다 높은 온도였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더는 국가와 기업이 바뀌길 기다리지 않겠다며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더는 기다려주지 않는 시민들의 선택
환경 파괴를 두고 시민들이 국가나 기업 혹은 사회에 책임을 묻는 일명 ‘기후 소송’이 환경 운동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주로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촉구하거나 기후 재난으로 입은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지난 19일, 미국의 한 환경단체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상대로 ‘연방 기구들은 공장형 농장들의 환경오염을 규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할 국가 기관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단 것이다. 이런 기후 소송 은 정부에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의 과거와 현재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은 기존의 관점인 ‘감축’과 지난 2015년 파리 협정 체결 이후 부상한 관점인 ‘적응’의 두 갈래로 나뉜다. 이때 감축은 온실 가스 배출 수준을 줄여 지속 가능한 경제 개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온실 가스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만으론 ‘기후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어렵단 한계가 존재했다. 기후 임계점이란, 기온이 이미 절대적으로 많이 상승해 지구온난화가 종식되더라도 생태계를 원래 상태로 복구시킬 수 없는 지점을 뜻한다.

지난 9월 영국 엑서터대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 붕괴 △아마존 열대우림 고사 △영구동토층 북부 상실을 포함한 총 16가지의 기후 임계점 적용 요소 중 5가지는 현재 기온에서도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으로 파괴된 환경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대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적응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파리 협정 체결에선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형평성의 개념도 등장했다. 한정된 탄소 예산의 분배를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여기서 ‘탄소 예산‘이란 파리 협정의 목표인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이 60기가 *tCO2임을 고려하면, 인류가 남은 탄소 예산 500기가 tCO2을 소진하기까지 10년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다. 

탄소 예산 정책은 배출량 규제로 이어져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에 탄소 예산 분배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게 예민한 문제다. 특히 산업 혁명 시기 선진국은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 한편 개발도상국은 이제야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인 만큼, 탄소 예산 정책에 있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부당하단 주장이 있다. 노동운<글로벌기후환경학과> 교수는 “온실 가스는 축적이란 특성이 있어 수십 수백 년 전에 배출된 온실 가스라도 현재가 돼서야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이유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마이너스 배출’을 해야 형평성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기후에 있어 인권 침해를 논하다
이렇듯 현재의 기후 소송은 형평성을 중시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문제에서 나아가 △계급 △세대 △젠더 등 여러 인권 측면에서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는 환경 파괴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이뤄졌단 점을 인정하는 적응 관점을 바탕으로, 파리 협정 이후 불붙은 형평성 논쟁에 힘입어 등장한 환경 운동 전략인 것이다.

지난 2020년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 조절에 실패해 발생한 대규모 홍수나 당장 이번 여름 폭우 등 비정상적인 날씨 등에서 미뤄볼 수 있듯, 기후 위기의 피해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멈추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불러온 코로나19 팬데믹의 유행도 기후 위기의 결과다. 하지만 이런 자연재해와 인재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이유로 안전망이나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큰 생명의 위협을 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현세대가 편의나 효용을 위해 한 선택이 불러일으킬 위험성을 미래 세대가 책임져야 하는,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 또한 지적되고 있다. 노 교수는 “온실 가스축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탄소 포집 저장(CCS)’ 방식은 심해에 온실 가스를 가두는 원리”라며 “이는 향후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가 발생할 경우 가둬둔 가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등 미래 세대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기후 소송은 기후 위기가 인류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인권 문제란 점을 시사한다.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기후불복종행동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니다.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기후불복종행동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기후 소송, 국가를 법정에 세우다
이러한 기후 소송은 지난 2019년, 네덜란드에서 승소 사례가 나오며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의 한 시민단체 우르겐다가 자국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안이 미흡하고 구체성이 없다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네덜란드 대법원은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시했으며, 이로써 세계 최초의 기후 소송 승소 사례가 됐다. 지금껏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던 사법기관이 드디어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에 힘입어 △독일(2021 국가 기후 보호 목표 소송) △아일랜드(202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소송) △포르투갈(2020 파리기후변화협약 소송) 등에선 환경단체들이 기본권 침해와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연이어 승소하거나, 승소를 목표로 법정 공방에 나섰다. 런던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와 환경연구소가 발표한 「기후 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2」 보고서 또한 총 454건의 세계 기후소송 결과 중 54%(245건)가 ‘기후행동에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후 소송의 대표적인 의의엔 △시민 인식 제고 △책임 소재 명시 △한계 보완이 있다. 하지현<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꾸준한 기후 소송 제기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형성한다”며 “뿐만 아니라 판결을 담당하는 사법부가 기후 위기의 인권적 접근에 대해 학습하고 향후 긍정적 판결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시원<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 인권 문제로 인식한 시민들이 사법부를 통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에서 일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후 소송은 책임 소재를 상당히 명확하게 지적한단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환경운동에 따라 기후 문제 해결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개인이 아닌 전 인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 변호사는 “소송의 형태를 띨 경우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명명한단 의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기후 소송의 승소는 지지부진했던 기후 정책의 입법·정치적 한계를 보완한다. 기본권 침해와 국가의 보호 의무로 논증해 승소한다면 향후 국가의 법적 의무를 주장하는 초석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행정부와 입법부에게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압력을 행사하는 전략이 된단 점에서 실효성 또한 있다.

실제로 원고 측이 승소한 아르겐다 소송의 경우 대법원이 제시한 ‘온실가스 최소 25% 적극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행정법원에서도 일명 1유로 소송의 결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 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

▲ 기후솔루션 활동가들이 정부를 상대로 136인 기업 대표들의 서명을 담은 편지를 제출하고 있다.
       ▲ 기후솔루션 활동가들이 정부를 상대로 136인 기업 대표들의 서명을 담은 편지를 제출하고 있다.

 

▲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S사 리부리컨츠 신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S사 리부리컨츠 신고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감감무소식, 이유는?
한편, 기후 소송의 의의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기후 소송에 대한 국내 분위기는 미온적이다. 지난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이 정부의 소극적 대처가 안전한 환경에서 살 청소년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단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6월 일명 ‘아기 기후 소송’ 등 비슷한 소송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총 네 건에서 멈춘 상태이며, 그마저도 아직 판결을 기다리며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정부도 202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그를 삭제하고 2030 목표를 설정해 문제 해결을 유예하는 등 전반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기후 소송 관련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기 어려운 이유론 △기간산업 의존적 경제 구조 △기술 개발 부족 △까다로운 원고 자격 요건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석유 △시멘트 △철강을 활용한 산업의 생산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 교수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가 의존하는 산업은 지나친 ‘온실가스 다배출’, ‘에너지 다소비’란 특성이 있다”며 “현재로선 정부와 관련 산업 간의 합의부터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사 정부와 관련 산업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기술 개발의 문제가 남아있다. 노 교수는 “친환경 개발이나 저탄소 배출을 위한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라며 “국가 차원에서 관련 연구개발(R&D)을 전폭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영국 △호주 등과 같은 국가와 비교해 기후 소송을 위한 원고의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것도 부진한 논의의 원인이 된다. 하 변호사는 “기후 소송을 위해선 민중 단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때 시민 단체는 해당 소송 제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개인도 강한 직접적 연관성이 없으면 원고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라 전했다. 이렇듯 높은 소송 제기 장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후 소송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단 ‘활동가’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일이란 공감대가 필요한데, 이때 기후 소송과 같은 상징적 행동은 사회적 공론장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강은빈<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일반 시민과 활동가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단,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기후 위기 대응을 윤리적인 관점에서보단 실존적인 관점에서 봐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시민이 기후 위기를 시급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이에 관심을 가지는 일명 ‘기후 시민’이 늘어나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단 것이다.

전문가와 활동가 모두 기후 소송은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 소송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tCO2: 이산화탄소 측정 단위를 뜻한다.

도움: 강은빈<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박시원<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기후솔루션> 변호사
사진 제공: 기후솔루션
청년기후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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