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2.11.21
  • 호수 1557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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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나의 정신질환 이야기’
“나 지난달부터 심리 치료받고 있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인의 이런 고백은 화들짝 놀랄 만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정신질환을 숨겨야 할 불행이나 결격 사유로 보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정신질환자인 자기 삶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담담하게 풀어낸 두 청년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ADHD라도 뭐 어때ㅑ용, 도서 「젊은 ADHD의 슬픔」
 

‘이것은 시간 여행 없이 나의 과거 혹은 미래와 화해하려는 기록이다. 내 질환과 삶이 나를 기만한다면, 나 역시 불가능을 기만하겠단 다짐이기도 하다.’ 정신질환과 함께한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 도서 「젊은 ADHD의 슬픔」 저자 정지음의 말이다.

책은 저자가 성인이 돼 ADHD를 처음 진단받은 날에서 시작한다. 그는 세상 모두가 자신처럼 평소 집중력과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워하거나 ‘뭐 어때요’란 글자가 ‘뭐 어때ㅑ용’으로 읽히는 고충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전부 ADHD란 질환의 증상이었고, 이것이 유전일 확률이 크단 진단에 부모님을 책망하는 등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감정을 진솔하게 전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집중력이 너무 부족해 원망에 공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걷어내자 유전자란 단어가 주전자란 단어만큼이나 무의미해졌다’란 언어유희에서 보듯 저자는 이내 자신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삶을 끝없는 말장난과 통찰력 있는 해학으로 묘사해 독자를 울다가도 웃게 만든다.

그는 책에서 ‘ADHD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ADHD를 멋지게 극복하는 과정 따위를 설명하지도, 독자에게 그렇게 살기를 격려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기 삶을 이야기하고, 본인과 같은 ‘우리’들을 이야기에 초대한다. 한 문장 걸러 한 문장마다 박장대소를 유발하는 그의 ‘새하얀 밤과 깜깜한 낮’의 세계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폭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만화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
 

‘초조해질 땐 눈을 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음을 되새겼다. 언젠가 나를 사랑하는 날도 올 거라 믿으며, 나는 또 살아간다.’

꽤 많은 이에게 ‘식이장애’란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거식’이나 ‘폭식’, ‘먹토(먹고 토하다)’라면? 다들 한 번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습관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찾거나, 맛있는 식사 후 기분 좋은 포만감이 아니라 질척한 불안이 덮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만화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는 이렇듯 생각보다 일상과 밀접한 식이장애에 관한 저자의 경험담과 치료 과정을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세상엔 식이장애가 줄곧 의지의 문제란 인식이 만연하다. 과식을 절제하고, 야식을 참으면 된단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인식에 대해 ‘식이장애는 의지의 문제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대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자신의 식이장애 이야기를 읽기 쉬운 대화체와 그림으로 친근하게 풀어낸다. 크게 △거식증 △폭식증 △치료 △완치의 네 단원으로 구성된 이 만화는, 식이장애로 남몰래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 위로하고, 치료하면 나아질 거라 조심스레 권유한다. “식이장애는 운과 시간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하지만 한 걸음씩 시간을 헤쳐 가는 여러분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그런 주변인이 있다면 사예의 따뜻한 만화로 위로를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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