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②_연습 없이 실전으로 바로 투입, 청년들 금융 교육 필요하다
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②_연습 없이 실전으로 바로 투입, 청년들 금융 교육 필요하다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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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회에서 허우적대는 청년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저금리정책이 이어지자 많은 청년들은 주식과 코인 열풍에 빠져들었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가상 자산에 투자한 2030 세대의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었다. 투자로 많은 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와 달리, 올해 상반기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돼 투자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거대한 빚과 숙제를 떠안았다.

지난 4월 30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세대별 다중채무자 숫자’에 따르면 2019년 말 대비 2021년 말 20대 다중채무자(여러 곳의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는 21%가량 증가했다. 타 연령대의 비율은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증가폭과 증가율이다. 여신금융협회와 금감원의 ‘여신사 2030 가계 대출 신규취급 추이조사’ 결과 작년 20대가 카드회사나 캐피탈처럼 대출의 기능만을 갖춘 여신사에서 빌린 돈은 1조 2천억 원가량에 달했다. 20대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이고 소득이 적어 금융 활동이 많지 않기에 비교적 대출이 쉬운 여신사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층 “금융 지식 부족해” 경제활동 어려움 호소 증가
이런 현상의 원인은 청년층의 부족한 금융이해력에 있다. 금융이해력이란 합리적인 금융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정도를 뜻한다. 금감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은 64.7점을 기록해 전체 평균(66.8점)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다. 또한 청년층이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는 경우가 3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청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재무목표 설정 여부와 비상지출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을 의미한다. 

청년층의 미흡한 금융이해력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 지식 부족으로 인해 어려웠던 상황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전체 답변자의 과반수가 금융 지식 부족으로 기사나 서적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독립적인 주체로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손정식<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회생활 80% 이상이 경제생활인데, 금융 교육이 소외돼 온 것은 문제”라 지적했다.

현행 금융 교육의 실태는?
위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금융 교육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엔 금융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에 금융 과목의 비중은 연평균 9시간에 불과했다. 특히 고등학교 수능 과목엔 ‘경제’ 과목이 유일한데,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수강인원이 적어 개설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비교적 선택 인원이 적은 경제 과목은 일반선택과목에서 빠지면서 금융 교육의 비중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 교육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소연<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경제 교육의 필요성이 뒷전인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에서 경제 주체로서 역할을 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등교육에서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금융 교육은 부족하다. 대학에서 금융 교육을 받기 위해선 경제·금융 관련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전공학생들이 경제 전공 수업을 듣기엔 무리가 있다. 이수진<한국외대 EICC학과 21> 씨는 ”비전공자로서 경제 수업을 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 교수는 “대학들은 경제학 전공생과 비전공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육을 구분해 개설하지 않아 비전공생들이 상대적으로 강의를 듣기 어려운 실정”이라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교육기관에서 금융지식을 충분히 얻지 못해 대부분 뉴스나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기관에서 지식을 습득했다고 답한 비율은 단 35.3%에 불과했다. 한재희<이화여대 사회학과 21> 씨는 “주변에서 잘못된 금융 정보로 인해 사기에 연루되거나 금전적 손해를 겪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 문맹,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은 금융 교육을 양적·질적 측면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 금융기업에서 진행하는 ‘1사 1교 금융 교육’이나 금융감독원의 온라인 금융 교육의 경우, 한정된 인원만 수강할 수 있기에 모든 학생이 교육을 제공받기 어렵다. 또한, 단발성의 강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금융 지식의 수준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최미수<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학과> 교수는 “고등교육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금융거래 시작 이전에 적절한 수준의 금융이해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초·중·고등학교에선 현실경제 자료와 사례를 많이 활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학교를 벗어나 현실에서 응용 가능한 금융 지식을 지도해 금융 교육의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교육보다 입시 교육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단 의견 또한 제시되고 있다. 신은미<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경제교육기획팀> 과장은 “금융 교육에 관심 있는 소수 학생의 신청에 의해 강의 개설되다 보니 소규모 형식으로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며 “고등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수업을 받다 보니 경제 교육을 따로 신청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KDI에서 발표한 ‘전 국민 경제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의 88%가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같은 해 조선일보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학생 중 97%가 ‘금융 교육이 금융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 답했다. 이처럼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이 존재한다.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에 맞춰,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도움: 손정식<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신은미<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경제교육기획팀> 과장
이소연<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최미수<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학과> 교수


"청년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디쯤"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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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12:56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은 낮고, 대출과 빚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에서의 금융 교육이 부족하며, 입시 중심의 교육 방식도 변화해야 합니다. 양적·질적인 금융 교육 확대와 사회적 인식 변화를 통해 청년들이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더 나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