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①_정치를 모른 채 정치하게 되는 청년들, 제대로 된 교육 들어서야
입시교육에 밀려 설 곳 잃은 필수교육①_정치를 모른 채 정치하게 되는 청년들, 제대로 된 교육 들어서야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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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모르니, 관심도 줄었다
대학가의 정치 활동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권 4년제 대학교 중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곳은 37곳 중 13곳에 달한다. 대부분 입후보자가 없거나 개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총학이 공석으로 남았다.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이유는 충분한 정치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학 실종의 원인을 대학 내 정치 교육 부족으로 꼽았다.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나라 교육은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국민대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학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박유빈<국민대 러시아유라시아학과 20> 씨는 “비대위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총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숙명여대의 한 재학생은 “총학생회 부재로 일관된 소통 및 책임 주체가 없다”고 불편함을 전했다. 한체대 총학생회장 송석<한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 18> 씨는 “코로나19와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파편화된 사회 속 학생들이 집단 연대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 및 정치 참여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정치 지식을 얼마큼 알고 있을까. 연합취재팀이 지난달 17일(월)부터 28일(금)까지 수도권 소재 대학생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당이나 탄핵,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 용어에 대해 아는 응답자는 많았지만, 캐스팅 보트라는 용어를 안다는 응답은 단 3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위의 단어들이 정치 활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답했지만, 초중고 및 대학에서 해당 용어를 배웠단 응답자는 절반도 미치지 않았다. 답변자의 86%는 해당 단어를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습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의 필요성과 반비례하는 현실
그럼 정치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고등학생들은 필수 과목 ‘통합사회’와 선택 과목 ‘정치와 법’을 통해 정치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과목 내용은 실생활과 큰 연관 없는 원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유리<감일고등학교> 교사는 “현실의 정치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치적 가치관을 심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정치와 법 수능 문제가 변별력을 이유로 너무 어렵게 출제되기에, 문제 풀이 위주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현 정치 교육의 한계를 전했다.

추후 발표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치’ 과목이 수능을 보지 않는 ‘진로 선택’ 과목에 속한다면 학생들의 정치 교육 회피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고교학점제로 ‘정치와 법’이 선택 과목이 되며 학생들이 정치 교육을 접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투표 연령은 점점 내려가고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정치에 대한 별다른 교육 없이 투표권을 행하는 상황이다. 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생일이 지난 고3 학생들도 투표권을 가지게 됐는데, 심지어 교육감 투표 연령을 만 16세로 낮춰야 한단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사 A씨는 “투표 진행 절차를 소개하는 교육을 제외하면 정규 과목 이외에 진행하는 정치 교육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올바른 투표권 행사를 위해 실질적 정치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변상훈<양평고등학교> 교사는 “선거 연령이 하향된 만큼 정치 관련 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올바른 정치 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사 또한 “현재 대한민국 정당들의 이념과 정책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정치 교육,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해외에서 가장 선진적인 정치 교육을 펼치는 국가는 독일로 유명하다. 독일 교육은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원칙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협약은 지난 1976년 제정된 이래로 현재까지 독일 정치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내용은 △비판적 사고 함양을 위한 논쟁 유지 △주입식 교육 금지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정치적 입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치 행위 능력 강화다.

독일 교육은 주체적·비판적 사고능력을 가진 시민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정치 뉴스를 요약한 후 자기 생각을 적고 학급 학생들과 토론을 진행한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정당 가입, 시위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권장하기도 한다. 독일의 이러한 정치 교육은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을 일삼는 한국 교육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정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정치’ 과목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지정하고 수능 응시 과목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정치 교육 외면 현상에 대해 익명의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정치 관련 특강을 개설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조수빈<서울대 언어학과 20> 씨도 “정치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이라며 “선택 이전에 충분한 정보 제공이 없는지금의 상황에선 정치 교육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정치 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효능감 있는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 강조한다. 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제 비교를 통해 본 한국 대학의 민주시민교육」논문에서 대학생은 민주시민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교육이 시작되는 중의적 시기로, 정치 참여 제도 마련을 통해 효능감을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정치 교육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실질적 정치 교육이 포함되기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자체적인 정치 교육 과정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 차원에선 정치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청년들의 정치 지식이 향상될 수 있게끔 교육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도움: 변상훈<양평고등학교> 교사
최유리<감일고등학교> 교사


"연습 없이 실전으로 바로 투입, 청년들 금융 교육 필요하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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