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 임금 차별 소송 제기에, 학교 측은 “법적으론 문제 없어”
기능직 임금 차별 소송 제기에, 학교 측은 “법적으론 문제 없어”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2.11.07
  • 호수 1556
  • 1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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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우리 학교 기능직 직원 10명이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일 노동에 대한 임금 차별을 받고 있으며, 지난 몇 년간 기능직 인사가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었단 주장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소송 사유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지난 3일 법원에 소장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 변론 기일 확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직원 구분은 ‘한양대학교 일반직원인사 규정’ 제1장 제4조에 따라 △일반직 △기능직 1 △기능직 2로 나뉜다. 여기서 기능직 1과 기능직 2의 차이는 ‘기능사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직무 여부’다.

문제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인사 과정에서 기능직 1과 기능직 2의 구분이 사실상 없어졌으며, 시설팀과 보일러실 등에서 근무하는 기능직 1과 2의 직원들 사이 실제 업무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급이 나뉘어 임금을 달리 받고 있는 것이다. 기능직 2 직원 A씨는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은 사실상 업무 구분이 불가능하다”며 “함께 팀을 이뤄 동일한 일을 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기능직 1, 누구는 기능직 2로 구분 짓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바뀐 채용 공고를 살펴본 결과, 이전까진 기능직 1과 기능직 2를 구분해 채용 공고를 내고 자격증 조건 유무를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1과 2의 구분을 삭제하여 채용한 뒤 기능직 2 직무에 배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전의 기능직 1 채용에서 요구했던 자격증 소지 조건을 포함시켰다. 즉, 1과 2의 구분을 없앤 후 기능직 1처럼 채용한 후, 임금이 낮은 기능직 2로 직무를 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10명 모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직무 배정에 있어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기능직 2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능직 2 직원들 10명은 △내규와는 다른 처우 △동일 업무를 수행하지만 다른 직종 △과거에 비해 더욱 낮아진 처우 등을 이유로 학교 측에 ‘현장직의 호소문’을 발송해 기능직 1로의 직종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능직 2 직원 B씨는 “채용 과정에선 별말 없더니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느냔 답변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학교 측을 상대로 동일 노동에 대한 임금차별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학교 측은 기능직 1과 2는 동일 노동이라고 볼 수 없단 입장이다. 총무처 인사팀 직원 C씨는 “현재 기능직 1로 일하시는 분들은 엄연히 기능직 2와 다르다”며,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엔 “근속 일수와 업무숙련도 차이”를 들었다. 이어 임금 차별에 대해선 “기능직 2 직원분들이 주장하는 동일 노동은 사실 공동업무라고 봐야 한다”며 “공동업무 수행 과정 안에서 경력과 숙련도에 따라 직급을 달리하고 호봉표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임금이 차등 지급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이는 온전히 학교 재량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C씨는 “학교는 경영적 판단에 따라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채용과 처우를 결정할 수 있다”며 “과거와 다른 급여 수준과 같이 직원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결정 권한은 학교에 있는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이는 행정적으로 명백히 문제란 지적이 있다. 애초에 구분이 불가능한 업무에 대해 그 안에서 직무를 달리 배정하고, 학교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직무를 해석해 배정하고 있단 것이다. 장종수<노동법률사무소 돌꽃> 노무사는 “법적으로 차별이 아니라 해서 차별 자체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업무를 같이 수행하고 있고 동일하게 일하고 있는데도 임금을 달리 받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 지적했다. 이어 “본봉과 상여금에 있어 굉장히 차이가 나는 수준인데 규정상 유일한 구분 사항인 자격증조차도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학교의 인사 관리책임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측 주장에 따라 근속 일수와 업무숙련도 면에서 직무를 나눈 것은 의미가 없단 지적도 있다. 정승균<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호봉제를 운용하면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본급이 상승하게 되는 건데, 굳이 기능직을 분리함으로써 임금을 달리 적용할 사안은 아니다”라 말했다. 장 노무사 또한 “호봉제에서 직무별 임금 차등을 둘 거면 직무별로 학교 운영의 기여도 등을 고려했을 텐데,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의 경우엔 차등을 둘 만큼의 차이가 애매한 상황”이라며 “기능직 직원이 하는 업무에 대한 존중부터가 부재해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학교의 재량에 따라 직무 구분과 처우를 달리 결정할 순 있어도 이들의 업무가 동일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채용 공고에서 기능직 구분 삭제 연도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기능직 1은 입사자가 1명뿐이며 퇴사자는 16명이다. 반면 기능직 2는 입사자가 15명이고 퇴사자는 0명이다. 게다가 지난 2020년 기능직 1이 담당하던 검사대상기기관리자엔 기능직 2 직원이 유사한 자격증 보유 요건을 만족해 새로 선임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교 측은 현재의 기능직 1, 2 직원 규모로 운영에 문제가 없고, 직무 구분이 위법하지 않단 이유로 기능직 2 직원들의 직종 전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원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B씨는 “소송 제기로 인해 당분간 기능직 채용은 없다고 전해 들었다”라며 “퇴사자가 발생하면 인력을 그만큼 채워줘야 하는데, 다른 분들께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 심적으로 힘들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하루빨리 일반직원규정을 수정하고, 기능직 직원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 변호사는 “학교가 명문화된 규정으로 직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구분을 없애야 한다”며 “일반직 차별 해소에 있어선 노사 간의 합의가 있었던 만큼 기능직에 있어서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임금은 생계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그만큼 학교는 해당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도움: 장종수<노무법률사무소 돌꽃> 노무사
정승균<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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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07:14
학교 측은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과 직원들의 주장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노사 간의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