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 불법체류자 급증해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 불법체류자 급증해
  • 지은 기자
  • 승인 2022.10.10
  • 호수 155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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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민형배 의원이 교육부와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중도 포기 및 불법체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학을 중도 포기한 외국인 대학생 1만335명 중 6천947명이 불법체류 중이었다. 이는 1천419명이었던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5배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유학생 중도 포기자 중 불법체류자의 비율도 지난 2018년 이후 4년 새 24%에서 67%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생활비 조달이 어려워진 유학생이 학업을 포기했지만, 항공편 감소 등의 이유로 귀국에 어려움을 겪어 불법체류자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학생이 학업을 중도 포기한단 것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도 포기의 주된 이유는 △유학 비용 △학내 부적응 △언어 문제 등으로 알려졌다(본지 1473호 05면).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 등의 이유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성적이 미달돼 비자 연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이처럼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면 유학 비자는 효력이 즉시 상실된다. 이 경우 귀국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한국에 남아 법적으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중도 포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팬데믹 기간 동안 본국과 가정의 경제적 타격으로 생활비와 유학 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학 비용 조달이 어려워진 것을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가장 큰 이유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미흡한 학생 관리로 유학생들이 방치돼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웠단 지적도 나온다. 대학 관계자 B씨는 “지난 2년간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국을 해도 원격수업을 해서 학생 관리가 어려웠다”며 “대학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질이 낮아지고 코로나19로 연결고리가 끊기니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 항공권 가격이 상당히 증가하는 등 중도 포기 유학생들이 귀국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자벨라부토<서울시 동대문구 23> 씨는 “코로나19 시기엔 항공편이 비싸고 그 수도 적어 고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며 “주변에 유학 비자가 만료돼도 바로 귀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은 유학생들은 생계를 위한 불법 취업으로 내몰렸다. 특히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수산업이나 영세 제조업 등에 취업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글로벌 노동 유연화와 유학생-노동자의 사례’ 보고서를 통해 “영세 사업장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사회복지 비용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노동자를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장기 체류가 가능한 유학생을 고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악용하기 쉬운 신분 특성 때문에 중도 포기 유학생이 노동자 수요가 많은 열악한 현장에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불법체류를 하게 되는 유학생들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김예진<법률사무소 지율> 변호사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는 합법적인 취업행위도 할 수 없어, ‘일상이 불완전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불법체류자 학생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적어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 사각지대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선 대학들이 재정난을 해결하고 정원 충당을 위해 수많은 유학생들을 유치했지만, 유학생 관리 역량은 부족했단 지적이 나온다. 유학생 유치 확대에만 집중하다보니 학생 심사 및 관리가 소홀했단 것이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은 유학생을 유치할 때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력과 수학 능력 등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에게만 책임을 미룰 순 없단 입장도 존재한다. 대학에선 근본대책을 마련해달라 정부에 호소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학이 책임지고 관리하란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 C씨는 “최종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법무부인데 후속책임은 모두 대학에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무부와 교육부도 방관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임 연구원은 “대학에서 잠적한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내기엔 한계가 있으니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에선 코로나19 상황과 한정적인 인력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불법으로 잔류 중인 유학생을 찾아도 인력 부족으로 바로 귀국시킬 수 없었단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 D씨는 “통상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면 귀국시켜야 하지만 항공편 마련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체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대학과 관계 부서가 협력해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움: 김예진<법률사무소 지율> 변호사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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