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세상 밖으로 내쫓긴 자립 준비 청년들
준비 없이 세상 밖으로 내쫓긴 자립 준비 청년들
  • 채수민 기자
  • 승인 2022.10.10
  • 호수 1555
  • 3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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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자립 준비 청년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에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립 준비 청년'은 △가정위탁 △공동생활가정 △아동양육시설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들이다. 현재 국가에선 이들을 대상으로 자립정착금 및 자립 수당 등 다양한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 체계엔 여전히 △사각지대 존재 △지원 인력 부족 △퇴소 이후 관리 부족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에 한계가 있단 비판이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중도 퇴소 아동들
먼저, 자립 준비 청년들이 받는 자립정착금과 자립 수당 등의 경제적 지원이 만기 퇴소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도 퇴소자는 기본적인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단 문제가 있다. 자립 수당은 국가에서 △만 18세 이후 보호 종료 △보호 종료일을 기준 과거 2년 이상 연속 보호 받은 이력 존재 △보호 종료 5년 이내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호 종료일 기준 최대 60개월간 매달 30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자립정착금 제도의 경우 최소 5백만 원에서 최대 1천5백만 원까지 지자체별로 상이한 지원금이 제공된다. 그러나 본 제도의 지원 대상은 자립 수당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립 수당과 자립정착금 지원 제도 모두 만 18세까지 시설에서 만기 퇴소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시설 퇴소 후 재입소 △조기 퇴소 △중간 퇴소한 이들이 경제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단 지적이 많다. 인천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 중인 자립 지원 전담 요원 A씨는 “중간 퇴소 후에 원가족이나 친인척에게 되돌아간다고 해도 그동안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다 보니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재입소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중간 퇴소하거나 재입소한 아이들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지원 대상의 범위를 넓혀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사회보장시스템 안으로 포함시켜야 한단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상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만기 퇴소를 요건으로 하는 경제적 지원은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만 18세까지 무조건 기관이나 가정의 보호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중간 보호 종료 아동들도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소 후에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돼야
이뿐만 아니라 퇴소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 시스템이 미흡해 자립 준비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단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자립에 나선 청년들이 보호시설에서 독립해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단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 중인 자립 지원 전담 요원 B씨는 “경기도의 경우 퇴소한 아동들에게 1천만 원이 넘는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며 아이들에게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경제 교육을 제공하지만, 이 같은 교육은 일회성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며 “막상 퇴소한 아동들이 큰 금액을 지원받았을 때 올바른 소비 방법을 몰라 한 번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도 “실제로 구체적인 소비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지출을 이어 나가다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서 많은 연락이 오는 편”이라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퇴소 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가에선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자립 수당 및 정착금 인상을 약속했는데, 단순히 지원금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단 것이다. 이 센터장은 “현재로선 지원 금액 자체를 올리는 것보단 청년들이 지원금을 잘 활용해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지원 체계에 대한 예산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립 준비 청년들이 지원금을 모두 소비해 당장 생활비가 부족할 때 도와줄 응급 지원 체계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청년들이 언제든지 급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꾸준히 소통하는 사례 관리자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차원에 이어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울 전담 인력을 늘려야 한단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익중<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가 종료돼 처음 사회에 나온 아이들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라는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 때 제동을 걸어줄 부모님과 같은 어른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 말했다. 자립 과정에서 청년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조력자의 존재가 필요하단 것이다.

이에 정부에선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청년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자립 지원 전담 기관을 설치하곤 있지만 현실적으로 배치된 전담 인력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매년 2천5백 명에서 2천6백 명 정도의 자립 준비 청년들이 보호 종료 후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자립 지원 전담 인력은 120여 명뿐이다. 정 교수는 “보호가 종료된 후에도 꾸준히 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힘들어할 때도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립 지원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 말했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란 인식 변화 필요해
현장에서 자립 준비 청년들과 함께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단 것이다.

A씨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퇴소한 아동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지원 제도를 연계시켜줄 수 없는 경우”라며 “보육원 출신 아동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퇴소한 아동들이 시설에서 지냈던 경험을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고 시설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립 준비 청년들을 보통 사람들과 구별해, ‘안쓰러운’ 혹은 ‘부정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이들이 자립하는 과정에도 큰 걸림돌인 것이다.

자립 준비 청년 출신 주우진<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은 “자립 준비 청년 개개인을 만나보면 또래 청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자립 준비 청년들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실제로 만났을 때 이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도움 : 이세준 수습기자 lee031719@hanyang.ac.kr
이상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정익중<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우진<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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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0:22:04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의 사각지대와 문제점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도 퇴소 아동들과 퇴소 후에도 체계적인 관리 부재로 인해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청년들이 경제적 지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통해 자립 준비 청년들을 평등하게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황예도 2023-07-28 16:25:50
이 글은 자립 준비 청년들이 마주하는 어려움과 사회적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대안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자립 준비 청년들과 더욱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이들을 편견 없이 포용하고 지지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