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 표정과 목소리를 불어넣다
글자에 표정과 목소리를 불어넣다
  • 윤재은 기자
  • 승인 2022.09.26
  • 호수 1544
  • 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자를 ‘그리는’ 서체 디자이너가 전하는 타이포그래피의 매력
다양한 서체를 연구·분석해 한글만의 고유한 서체를 만들어내는 김정진 서체 디자이너. 그는 지난 2018년부터 개인 SNS 계정에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일기를 게시하고 있다. 같은 모양도, 글자도 없는 그의 작품은 한 폭의 그림처럼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김 디자이너는 “같은 글자라도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의미 전달과 글자의 조형성을 고려해 일러스트와 한글의 조화가 주는 흡입력을 구현하는 것이 타이포그래피만의 장점”이라 설명했다.

시작은 단순하게, 마무리는 정성스럽게
재밌으면서도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타이포그래피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제작할 문구를 선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 디자이너는 작품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해 자신의 현재 기분에 맞는 단어를 고른다. 그는 “단어가 정해지면 전하고 싶은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작업 내용에 따른 서체를 선택해 세부적인 수정을 거쳐 마무리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그는 봄날의 날씨를 표현하고자 ‘꽃신체’를 만들기도 했다.

타이포그래피는 세밀함으로 만들어진다
디자인 작업을 하는 과정은 세밀함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타이포그래피가 낼 수 있는 고유한 조형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뒤엔 글자 각각의 디자인 창을 만든다. 그는 “디자인 단계에선 △가로세로 획의 구성 △글자의 꺾임 △ ‘ㅇ‘형태 순으로 디자인한다”며 “큰 틀부터 잡고 그 뒤에 작은 부분들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간과 행간 조정을 한 뒤 레이아웃 디자인을 마치면 작품이 완성된다. 그는 “작업 후 처음 기획한 콘셉트대로 표현이 됐는지 검토한다”며 “원래 의도대로 되지 않았거나 사람들로부터 공감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다시 디자인한다”고 덧붙였다.

나만의 개성, 타이포그래피로 뽐내봐!

▲ 기자가 만든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다.
▲ 기자가 만든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다.

기자도 김 디자이너의 과정을 따라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해봤다. 어떤 문구를 할까 생각하던 중 당장 방이 더워 ‘덥다’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미치다’란 단어를 추가해 ‘더워서 미칠 것 같다’란 문장을 만들었다. 이후 이 문장을 강조시키기 위해 더위에 땀이 흐르는 것처럼 단어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서체에 스크래치를 내어날카롭게 표현해봤다. 마지막 ‘..’ 두 개는 흐르는 땀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기자가 직접 만들어본 결과 나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처럼 타이포그래피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디자인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한글이 주는 매력과 그 표현법에 푹빠지게 될 것이다. 나만의 개성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정진 서체 디자이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23:35:33
기자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을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만의 개성을 담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흥미로운 시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