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09.26
  • 호수 1554
  • 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주의 문화테마 ‘만남’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좋은 인연을 만나 만족감을 얻는가하면, 악연에 상처도 받는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킨다. 나와 다른 상대를 접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기도 한다. 이런 만남의 과정을 다채롭게 표현한 전시회와 연극을 소개하며 만남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불완전한 이들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다, 전시회 「이수경 : 다정한 자매들」
 

서양화가 이수경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두손 갤러리에서 열린다. △드로잉 △사진 △퍼포먼스 등 각종 미술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이 작가는 이번엔 설치미술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깨진 유리조각, 소설 속 소외된 인물처럼 버려지고 상처받은 것들을 모아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조각 「다정한 자매들」 시리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신화 속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을 한 곳에 모았다.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종교와 각 설화에서 주변 인물로 잊혀져가던 이들이 만나 이전에 없었던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떨어져 있을 때보다 안정감 있어 보이기도 한다. 

미술관 안쪽 넓은 공간엔 이색적인 조형물들이 펼쳐져 있다. 신라 금관과 백제 금동대향로를 본 뜬 조형물과 불교의 종교관을 표현한 그림 등 전통 문화가 반영된 작품이 현대적인 공간에 놓여있다. 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더라도 한 공간에 어우러질 수 있단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수경 작가는 이를 통해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대와 과거의 만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렇듯 시대적으로 이질적인 배경과 작품을 만나는 순간 당연하게 여겨지던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듯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다. 이 전시회를 통해 낯선 존재와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느껴보길 바란다.

만남에서 시작된 깨달음, 연극 「두 교황」
 

경험을 통한 깨달음은 우리 삶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 삶의 방향을 정해주지만 때론 고집으로 굳어져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이때 타인과의 만남은 신념이 고집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고를 넓혀주고 한층 성장시킨다. 

연극 「두 교황」은 강한 신념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신념을 받아들이고 더욱 성숙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추기경 베르고골리오.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그지만 ‘추기경’의 위치와 막중한 종교적 책무에 고민하다 끝내 은퇴를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교황 베네딕트 16세에게 퇴임을 표했지만 교황은 그가 끝까지 남아주길 바라며 서로를 향한 설득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같은 고민을 공유하면서도 상반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어 처음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투기도 하고, 내면에 감추고 있던 부끄러운 기억들을 털어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받아들임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확장된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직에서 자진 퇴위한 ‘베네딕트 16세’와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오랫동안 종교계에 몸담으며 스스로 많은 수양을 쌓았던 두 인물이지만 이들 역시, 서로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이전보다 한층 성숙해졌다. ‘만남’과 ‘대화’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극 「두 교황」. 자신만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이 성장하는 만남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연극을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