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 양성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 대학에 도움 안된다
반도체 인력 양성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 대학에 도움 안된다
  • 박선윤 기자
  • 승인 2022.09.26
  • 호수 1537
  • 3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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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을 대학과 평생교육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교부금은 정부가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위해 지방교육청에 지원해주는 예산이다. 대학 재정의 어려움이 여러 차례 제기돼 온 만큼 이 제도를 개편해 유치원과 초·중·고에 지원했던 금액 중 3조 6천억 원가량의 교육세를 대학에 지원하겠단 것이다. 정부는 올해까진 특별회계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회계를 신설해 대학지원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러한 교육교부금 개편의 본 목적은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확대다. 교육부에선 그 배경으로 초·중등 교육과 고등·평생교육 사이의 투자 불균형을 들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학령인구는 34%가량 감소했지만, 교육교부금은 약 4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대 최대치인 약 80조 원의 교부금 사용처를 확대해 대학과 평생교육 분야에도 쓸 수 있도록 하겠단 입장이다. 교육교부금 중 약 4조 원을 대학 교육에 투자하여, 이를 통해 △대학 교육·연구 역량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분야 인재 양성 △지방대학 육성 △평생교육 지원 등을 비롯한 ‘미래 인재 육성’ 분야의 교육 개혁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교부금 개편이 대학 재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책 달성을 위한 사업비일 뿐이란 지적이 존재한다. 유·초중고 교육을 위한 교육교부금을 이전해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을 실현한단 것이다.

교육부는 현재 대부분의 교육 정책의 초점을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맞추고 있다. 따라서 예산도 이에 치중되는 상황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의 약 2천400억 원 증가분은 대부분 반도체 인력을 위한 예산으로 책정돼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교육부 예산 사용 게획을 보면 전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내용” 이라며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 또한 정부의 정책 실현을 위한 움직임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에선 반도체 특성화 학과를 유치한 대학에 한해 수도권의 2배의 교육교부금을 지원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지방 대학 지원에 있어 반도체학과를 유치한 대학과 아닌 대학을 구분해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교부금 지원 형태가 ‘특별회계’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별회계는 국가가 정한 특정 목적으로만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만든 예산 지원 방식으로, 이를 통해 지원받는 예산은 사용 용도가 정해지게 된다. 교육교부금은 반도체와 관련된 ‘미래인재 육성’ 분야로 그 용도가 정해졌다. 김성천<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부가 정한 특별회계 예산은 특정 목적을 위한 사업성 예산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역량 강화는커녕 대학의 자율적 예산 활용까지 저해한다”며 특별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지방대학의 지원을 위해 교육교부금 개편을 추진한다고 말했지만 달성할 수 없는 목적이란 지적이 존재한다. 지원 지방 대학 선정 과정에서 지역 안배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입시 기준 수도권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곤 반도체학과 및 대학원을 유치한 지방 사립대학은 8곳에 불과하다. 

이에 지방 대학의 재정 지원을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임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중심의 예산 지원이 아니라 학교 운영비로 쓰일 경상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며 “온전한 지방대학을 위한 예산이 아니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 A씨는 “교육교부금은 반도체 양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고, 이를 통해 여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대학에서 요구하는 바는 고등교육의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재정난의 해결이다.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와 14년 동안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 적자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고등교육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기부금마저 줄어들면서 지난 2020년엔 전국 사립대의 70%가 총 4천2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즉, 등록금의 의존도가 높은 사립 대학은 재정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본지 1534호 03면). 그렇기에 대학에선 사용처를 지정한 예산이 아닌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안정적 재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임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지원 정책이 대학 재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학은 결국 등록금 인상 요구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이미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는 학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도체 인력 양성이란 정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보단 초·중·고등교육의 실질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초·중등 교육 현장도 학력격차 극복, 고교학점제 운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교육교부금 축소는 제대로 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대학의 불만과 지방시도교육감들의 반대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움: 김성천<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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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23:40:09
교육부의 교육교부금 개편안은 대학과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불균형교육부의 교육교부금 개편안은 대학과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 문제와 지방대학 지원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반도체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지방대학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적절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