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탐조를 아시나요?
도시 탐조를 아시나요?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2.09.26
  • 호수 155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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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갈대습지에서 관찰된 노랑부리백로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안산갈대습지에서 관찰된 노랑부리백로가 하늘을 날고 있다.

다가오는 10월은 본격적으로 한국에 철새가 모여드는 시기다. 매년 봄과 가을, 약 240종의 철새가 우리 곁에서 쉬었다 가는데, 도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다양한 새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철새들의 방문을 누구보다 반길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탐조인’이다. ‘탐조’란 야생의 조류를 직접 찾아다니며 관찰하는 것으로, 관찰한 조류를 촬영하거나 각종 동호회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활동이 확장되기도 한다.

도시 탐조가 유행인 이유
탐조 활동 중에서도 도심 공원이나 하천 등지에서 새를 관찰하는 일명 ‘도시 탐조’는 최근 들어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연 속 생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성희<중랑천환경센터> 교육팀장은 “관련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웠던 지난 2년간을 제외하면 5년 전과 비교해 참여자가 두 배 정도 증가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야외활동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하천 이용률과 하천 생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진아<서울의 새> 대표는 특히 탐조 연령층 변화를 언급하며 “과거엔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엔 청년층이 크게 늘었다”며 “이런 배경엔 젊은 탐조 유튜버가 큰 인기를 끈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미로 부상하는 도시 탐조에 대해 알아보자.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취미
도시 탐조의 가장 큰 매력은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단 점이다. 기존의 탐조 활동은 산이나 섬에 머무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했다. 마니아들이 주를 이뤄 관찰 진입 장벽이 높은 희귀종이나 짧게 머물다 가는 철새가 주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도시 탐조는 집 근처도 얼마든지 풍부한 탐조 장소가 될 수 있다. 도심의 인기 탐조 장소론 물새와 철새를 관찰하기 좋은 △주남저수지 △천수만간척지 △태화강 등과 산새를 관찰하기 좋은 △광릉수목원 △서울숲 △양재시민의숲 등이 대표적이다. 1년 차 도시 탐조인 김윤수<서울시 서초구 23> 씨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근처 도심 공원을 방문한다”며 “30분 남짓의 이동시간이 도시 탐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라 말했다.
 

▲ 중랑천에서 관찰된 꼬마물떼새가 왼편을 응시하고 있다.
▲ 중랑천에서 관찰된 꼬마물떼새가 왼편을 응시하고 있다.

사전 지식은 다다익선
비록 도시 탐조는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취미지만 몇 가지 정보를 알아두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많이 알아두면 알아둘수록 깊이있는 탐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병재<안산갈대습지> 해설사는 “사전에 관찰할 새의 울음소리와 외양을 알아두면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탐조를 나서면 새의 모습이 보이기에 앞서 울음소리가 먼저 들리기 때문에 평소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새 울음소리를 익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입문자라면 겨울 물가를 노려라
다음으로 적절한 탐조 시기와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탐조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봄가을의 공원엔 △동고비 △딱새 △박새류와 같은 작은 산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나뭇잎에 가려지는 등 관찰이 까다롭지만, 겨울의 물가엔 △기러기 △백로 △왜가리처럼 덩치 큰 새들을 탁 트인 장소에서 손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박 해설사는 “특히 먹이가 모여있는 물가나 썰물 때의 갯벌엔 새들이 밀집돼 있어 관찰하기 좋다”고 말했다.
 

▲ 안산갈대습지에서 관찰된 청다리도요 한 쌍이 물가를 거닐고 있다.
▲ 안산갈대습지에서 관찰된 청다리도요 한 쌍이 물가를 거닐고 있다.

준비물도 꼼꼼히
마지막으로 간단한 준비물까지 챙기면 더할 나위 없다. 탐조인들은 하나같이 △쌍안경 △조류 도감 △카메라 등을 챙기라고 입을 모은다. 멀리 있는 새의 외관이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구체적인 종이나 성별을 구분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물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야생조류연합회 ‘새랑’의 이현지 회원은 “작은 쌍안경이나 확대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도 된다”며 “복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상의 편안한 옷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 박수연 씨는 “책상에 조류 도감 한 권 올려두고 참고하라”며 “도감 휴대가 번거로운 야외에선 온라인 도감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근처엔 어떤 새가 있을까?
도시 탐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캠퍼스 근처에서 어떤 새를 관찰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본교 양캠퍼스 인근 탐조에 나섰다.
 

▲ 올림픽공원에서 관찰된 오색딱따구리가 나무에 붙어있다.
▲ 올림픽공원에서 관찰된 오색딱따구리가 나무에 붙어있다.

중랑천과 올림픽공원
서울캠퍼스에서 가장 가까운 도심 하천으론 서울시 철새보호구역이기도 한 중랑천이 있다. 이곳에선 지난 2월을 기준으로 매와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원앙이나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총 64종이 관찰됐다. 강 교육팀장은 “중랑천은 고운 모래가 쌓여 형성된 ‘사주’가 발달해 이곳을 서식지와 번식지로 삼는 새들이 많다”며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목물떼새가 이곳에서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중랑천은 청계천 합수부와 한강 합수부로 인해 근처를 거닐기만 해도 다양한 새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주 찾은 중랑천에선 △쇠백로 △왜가리 △중대백로 등의 물새를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캠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공원도 물가와 숲이 공존한단 점에서 훌륭한 탐조 장소다. 이곳에선 △딱따구리류 △물까치 △밀화부리 △솔새류 등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탐조인 김씨는 “도시 탐조가 주는 만족감은 무엇보다 ‘내가 사는 곳에 이렇게 신기한 새가 있었다고?’란 놀라움에서 온다”고 전했다.
 

▲ 중랑천에서 관찰된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강을 건너고 있다.
▲ 중랑천에서 관찰된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강을 건너고 있다.

안산갈대습지
ERICA캠퍼스 인근의 안산갈대습지는 지난 2002년 시화호를 자연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한 이곳에선 지난해 기준 △꾀꼬리 △백조 △청둥오리 △파랑새 등 총 136종의 새가 관찰됐다. 안산갈대습지에선 매주 시민 대상의 조류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박 해설사를 따라나선 탐방에선 휴식을 취하는 백로들과 날개를 말리는 우리나라의 흔한 물새 가마우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가마우지는 물속에 머리만 넣고 사냥하는 오리 등 다른 물새와 달리 전신을 잠수해 사냥한다”며 새들의 행동 특성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주 방문한 안산갈대습지에선 △쇠백로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도시 속 새들은 어디에나 둥지를 틀고 우리와 공생하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엔 도심 새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탐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성희<중랑천환경센터> 교육팀장
박병재<안산갈대습지> 해설사
이진아<서울의 새> 대표
차상윤<안산환경센터 생태계지원팀> 대리
사진 제공: 안산환경센터
이진아<서울의 새> 대표
중랑천환경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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