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생활비 부담으로 학교에서 멀어지는 대학생 늘어나
늘어난 생활비 부담으로 학교에서 멀어지는 대학생 늘어나
  • 송영인 기자
  • 승인 2022.09.19
  • 호수 1553
  • 3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늘어난 생활비 부담으로 인해 학교 생활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2020년 2030 남녀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응답자의 58.1%가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인 부담’을 꼽았다.

이처럼 대학생이 학생 공동체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학교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변윤재<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7> 씨는 “코로나 이전에 각각 5만 원, 3만 원 정도였던 MT와 과잠 비용이 올해 기준 7만 원과 5만 원으로 올랐다”며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고 답했다.

본지에서 우리 학교 학생 2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 달에 평균 9만 3천 원씩 학생 공동체 관련 비용(△과 모임 △과잠 △과티 △학생회비 △ MT 등)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지난 2017년 한국일보가 조사한 5만 5천 원을 훨씬 능가한 수치다. 이수환<인문대 영어영문학과 22> 씨는 “대학 입학 후 △개강·종강 파티 △새터 △MT 등 학과의 여러 행사에 참여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이 때문에 아예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라 전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사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공동체든 처음 합류해 꾸준히 활동하기까지 일정한 비용이 드는데, 그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면 활동 참여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속하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학생들은 학생 공동체에 드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참여 자체를 줄이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7%가 △과 모임·행사 △동아리 △학생회 △MT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답한 학생은 단 13.3%에 불과했다.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학생 공동체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같은 비용이라면 자기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응답 역시 다음으로 가장많았다. 이는 학생들이 높아진 지출 비용을 부담하기보단 학생 공동체 소속을 포기하고 있단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생 공동체에 대한 비용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더욱 밀리고 있는 추세다. 문지환<공대 기계공학부 21> 씨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기 힘들어 지출 자체를 줄이고 있다”며 “△교재비 △교통비 △주거비 △통신비 등 필수적인 금액을 제외하면 줄일 수 있는 것은 식비나 학교 생활에 드는 비용밖에 없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의 학생이 평소보다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일 항목으로 ‘학생 공동체 관련 비용’을 꼽았다. 곽연우<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22> 씨는 “요즘 학교 근처에서 저렴하게 한 끼를 먹으려고 해도 최소 7~8천 원이 든다”며 “식비를 줄이는 덴 한계가 있어 최대한 모임에 안 나가며 부차적인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생활비로 필수적인 고정 지출조차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학생 공동체에까지 투자하긴 어렵단 것이다. 그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이를 ‘인맥 다이어트’라고도 부른다”며 “모든 인간 관계에 비용을 쏟을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생활비 부담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늘려 교내 행사 참여가 어려워진 학생도 상당수 존재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1%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으며, 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9.9%에 그쳤다. 또한, 주당 △15시간에서 40시간을 근무함 △40시간 이상 근무함이라 응답한 학생은 각각 33.9%, 15.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오지민<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2> 씨는 “지난해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대면 수업 재개 이후 증가한 생활비 부담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2배 정도 늘렸다”며 “이로 인해 학과 행사 등 학교생활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밝혔다. 유수빈<동국대 융합에너지 신소재공학과 21> 씨도 “학과 행사는 대부분 평일에 진행되는데, 학교가 끝나자마자 과외 수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러가야 해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참여 의지가 있어도 아르바이트로 인한 시간적 제한으로 학생 공동체에서 밀려나는 학생도 많았다.

이렇듯 비용 증가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생사회에서 멀어지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으로 지적된다. 김장회<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 협의회> 회장은 “최근 비용 문제로 ‘자발적 아싸’를 선택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인간관계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상은 일종의 소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분명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비자발적 요소로 인해 인간 소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 또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학생 공동체가 ‘돈’으로 참가 가능 여부가 구분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소외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간은 ‘소외’를 피하기 위해 공동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공동체 구성원 중 일부가 비자발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 떠밀리듯 학생 공동체를 떠난 학생들이 다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도움: 김장회<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 협의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23:58:50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인간관계와 소속감을 포기하고 소외되는 상황은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고 학교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학교 행사 비용을 학생들이 부담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더욱 활발하게 학교 생활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