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군 대우, 개선될 필요 있어 보여
열악한 군 대우, 개선될 필요 있어 보여
  • 송영인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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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P」, 「신병」 등 군대 관련 콘텐츠가 화제를 끌며 열악한 군대 내 처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군 내부에선 열악한 처우로 인해 꾸준히 사건·사고가 발생해왔다. 이에 국방부는 선진 병영 문화 조성을 내걸고 병영 문화 개혁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최병욱<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대개 군은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점만을 급히 찾아 메꾼다”며 “어쩌다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 내 처우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단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군 복무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우리나라 병역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군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이 지난해 군대에서 전역한 대학생 4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7%가 군대 내 인권 수준이 ‘나쁘다’고 답했으며, 81%는 ‘군에서 인권침해를 보거나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군대 인권 문제의 원인은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인권침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할 부대 지휘관들의 무관심 △복지시설 등 대우 개선에 투입돼야 할 예산의 부족 △군부대 주변 상권에서 군인에 대한 나쁜 대우가 지적된다.

우선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지휘관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무관심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군의 경우, 민간 경찰 대신 수사를 담당하는 군사경찰이 지휘관 직속이기에, 신고와 수사 단계에서 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군 법무관으로 복무했던 이지훈<아는 변호사> 대표는 “판결 단계에서도 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이들의 성향에 따라 군 내 인권침해 사건이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검사와 판사가 분리된 민간과 달리, △군 검사 △군 변호사 △군 판사는 순환보직이며 한 지휘관 아래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자살사고가 발생했던 51사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휘관들이 군 내 인권침해를 경시하고 있다. 당시 사단장이었던 김인건<육군동원전력사령부> 사령관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이) 군의 부조리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문제다. 젊은 친구들이 생각이 깊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러한 지휘관들의 사건 은폐 이유는 부대 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해당 지휘관의 인사고과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남<군 인권센터> 사무장은 “근속에 민감한 장교들의 특성상 승진에 불리한 사건·사고는 최대한 은폐하려 한다”며 “군 내 인권침해 수사 및 판결 기구가 모두 지휘관 휘하에 있는 상황에서 지휘관이 이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제도를 개혁해도 일선 부대 내 인권침해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턱없이 부족한 군 내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 역시 현재 우리나라 병역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이다. 군 복지에 소요되는 전력운영비 중 복지시설 예산은 지난해 기준 0.2%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해 미국이 3.3%를 배정한 것에 비교해 확연히 적은 금액이다.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 금액도 적지만, 예산 누수로 인한 손실이 심각하단 목소리도 크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병영선진화 작업의 일환으로 생활관 개선에 6조 8천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지난 5년간 개선된 생활관은 265개, 즉 한 해 평균 53개 정도 증가한 것에 그쳤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민간 조달청에서 국방 기자재 구입을 전담하는 △영국 △일본 △프랑스 등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국방부 외청인 방위사업청에서 이를 전담한다”며 “국방부 산하 부서라 예산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수의 계약 등으로 인해 심각한 예산 유출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부대 주변 상권 관리가 부실해 군인들이 지역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군부대 밀집 지역에선 군인들을 대상으로 △모텔 △음식점 △PC방 등에서 더 높은 요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충남 서천에서 군 생활을 한 박지호<자연대 물리학과 22> 씨는 “복귀시간이 정해져 있어 외출 시엔 부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상인들이 이를 알고 군인들에게 정가의 10%에서 30%의 웃돈을 받는 등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군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군에서 독립된 감사기구 △복지시설 관련 예산 증액과 조달체계 개선 △군부대 주변 상권 관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내부의 인권침해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선 군에서 독립된 감사기구가 존재해야 한단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 사무장은 “군 감사 기구의 구성원 또한 현역 군인인 탓에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라며 “민간인으로 이뤄져 군에 강제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감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가 지적한 것과 같이 민간인으로 이뤄져 있어도 지휘관에게 독립적이지 않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에, 민간인 구성의 완전 독립적 감사기구의 필요성이 또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군 내 복지시설에 대해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군 내 복지시설 강화는 장병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며 예산 배정 확대를 촉구했다.
비효율적인 조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단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해외와 같이 재무 부처 소속 조달부서가 군 기자재 구입도 전담한다면 비리가 줄어들어 예산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라 전했다. 또한 “방위사업체와 군 사이의 유착관계 청산을 위해선 민간 중심의 조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군부대 주변 상권에 대한 규제와 관리가 요구된다. 김 교수는 “규제를 통해 가격의 차등 적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군사 선진국들은 군 소매시설의 질을 적극적으로 상승시키는 추세”라며 “군이 자체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군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군인들은 국가 방위의 중심이다.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은 “우리가 안심하고 잘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는 수십만 장병이 있다”며 군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그것만이 우리의 평온한 삶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을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가 될 것이다. 

* 수의 계약: 별도의 입찰과정 없이 국가기관이 특정 사업자를 선정, 계약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움: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형남<군 인권센터> 사무장
이지훈<아는 변호사> 대표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최병욱<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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