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나의 아름다운 도시, 서울
[아고라] 나의 아름다운 도시, 서울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2.09.05
  • 호수 155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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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선<사진미디어부> 부장

서울은 아름답다. 특히나 처서가 지난 주말엔 높아진 하늘만큼 기분도 덩달아 신이 났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강의 철교를 건널 때 마주한 서울의 모습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끔은 이 괴팍한 도시가 미우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때때로 위로받고 보상받으며 살아간다.

서울은 괴상하다. 지금은 대학생 신분이라지만 십 년 뒤에 이 도시에 내가 편히 발붙이고 지낼 공간이 있을까? 대학생의 위태로운 주거는 한때뿐이라고들 하지만 필자는 그저 한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호선에 몸을 얹고 한양대역까지 향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단지 이 사회에서 자신의 효용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부단히 몸을 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된다. 서울에 있을 당위가 없다면 이곳에 필자의 자리는 없다. 점점 변두리로 쫓겨날 뿐이다. 서울에 발 붙이고 있을 당위를 생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위한다.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서러움, 매일이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다.

글쎄 이 투쟁만이 유의미한 투쟁일까? 서울이 아니더라도 전국에 있는 일자리는 많다. 서울이 아니면 내 몸 하나 간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선택지는 늘어난다. 오히려 좋다. 서울에서 아등바등 살아남겠단 필자에게 혹자는 “왜 네가 스스로 시야를 좁히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적당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 가며 적당한 인정을 받는 곳. 부단히 투쟁한 이후 보금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이 덜한 곳이 어딜까.

가령 필자가 지금이라도 당장 이런 고통을 경감하고자 서울을 떠나게 된다면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때때로 필자가 즐기는 취미 생활과 헤어질 결심. 풍족한 자본을 바탕으로 넉넉하게 형성된 문화 인프라와의 결별 말이다. 친구와 같이 신상 복합문화공간에 전시를 보러 찾아가고, 맛있는 비건 음식을 파는 곳에 찾아가기도 하는 그런 삶을 포기하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을 것 같다. 혹자는 이런 필자의 가여운 심정을 매우 가소롭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 어쩌면 서울이 아닌 나머지로 묶여버린 ‘지방’엔 당연하게 허락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큰 위인은 못 되는 필자는 달콤한 일상을 더 가까이 두기 위해서 서울에 악착같이 붙어있다. 단 한순간의 여흥을 맞이하기 위해서. 매일을 고되게 살아도 하루 몇 시간에 불과한 유흥과 향락 한 번이면 모든 고통이 보상된다. 마치 맑은 날 전철에서 마주하는 한강의 눈부신 모습이 그렇다.

다시 필자가 몸을 뉜 곳을 본다. 현재는 모부님의 어린 자식으로 번듯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생활하지만 이후의 나는 혼자서 최저 생계 보장기준에 적합한 공간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기나 할까. 부지런히 몸을 놀려 서울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인정받지 못하면 점점 서울의 중심부에서 멀어질 뿐이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지만 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할까. 사람이 서울에 너무 많아서 발생한 이 고민에 진절머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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