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만 돌고도는 호우 대비, 반지하 대책은 글쎄···
쳇바퀴만 돌고도는 호우 대비, 반지하 대책은 글쎄···
  • 최무진 기자, 이휘경 기자
  • 승인 2022.08.29
  • 호수 155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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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요. 식대지원은 어제부로 끊겼다하고 살던 집은 흙탕물이 차있어 아직도 펄 같아요”

100여 년 만에 시간당 141.5mm란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지난 8일부터 보름간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는 △교통 마비 △인명 피해 △재산 손실 등 수많은 피해를 안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 12명 △부상 1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수해 대피지역은 7개 시·도, 55개 시·군·구 로 집계됐고 이재민은 1천901명에 달하는 등 폭우로 인한 전국적인 피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호우로 인해 반지하 거주인의 피해가 커 이에 대한 성급한 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반지하 호실 수리가 진행됐다. 이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던 다섯 가구는 호우 피해로 인해 모두 다른 장소로 거처를 옮겼다.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반지하 호실 수리가 진행됐다. 이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던 다섯 가구는 호우 피해로 인해 모두 다른 장소로 거처를 옮겼다.
▲상도동 주민센터 1층 화장실이 지난 호우 피해로 인해 단수로 폐쇄돼 있다.
▲상도동 주민센터 1층 화장실이 지난 호우 피해로 인해 단수로 폐쇄돼 있다.


폭우 상황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
이번 폭우가 사회에 큰 피해를 안겼던 이유로 정부의 관리 소홀을 꼽는 목소리가 크다.
우선 미흡했던 우수유입시설 관리다. 비가 내리면 도로와 집이 침수되지 않도록 빗물받이로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이 시설의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다. 정부에선 빗물받이 시설을 10m 이상 30m 이하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남과 같은 상습 침수 지역의 경우 10m미만의 간격으로 빗물받이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불투수 면적을 줄여 강우 시 빗물이 지상에 체류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서초대로 일대의 빗물받 이 간격은 대부분 10m넘게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지적됐다.

불법 광고물, 담배꽁초 등으로 인한 빗물받이 막힘 현상도 문제가 됐다. 빗물에 섞여 흐르는 협잡물이 배수구를 막아 지대가 낮은 지역에 피해가 가중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빗물받이 청소를 의무화한단 정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인력과 예산 지원 계획은 드러내지 못해 비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수<공대 건설환경공학과 > 교수는 “서울시는 하수와 우수를 합류하는 방식의 관로가 대부분이라 관로 내외부 상태가 좋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 수시설의 협잡물에 의한 막힘 현상에 초기 강우시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하수도의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 시내 전체 수자원 시설물 중 43.66%가 준공 이후 30년이상 지난 시설물이다. 부분적인 하수도 개량 및 교체를 진행한 지역이 있지만 대부분은 60년대에 시공됐다. 노후 시설물을 방치하면 △도로 침하 △도로 함몰△동공 등의 발생 원인이돼 토사가 유출되거나 인명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최고 강우량을 기준으로 배수관을 설계하다 보니 지난번과 같은 집중적인 폭우를 견디지 못했다”며 “사후 예산 배정에 의한 상하수도 현대화 또는 개량사업은 부족하다” 고 전했다. 이어 “10년 이내의 짧은 단위로 사전 관리를 진행해 이번과 같은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관로의 부하량이 초과하는 것을 바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런 폭우 피해가 반복됨에도 오히려 물난리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이 부족했단 지적이 있다. 서울시의 물순환안전국의 예산 중 치수 및 하천관리 예산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매해 반복되는 집중호우 피해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한때일 뿐 심해지는 호우 피해의 대처가 예산 지원 감소인 것이다. 이에 김태윤<정책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호우 재해로 금년도 예산 편성에서 예산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을 몇 프로 올리 기보단 최근 몇 년간의 집중호우 피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차원에서 예산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피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해 피해 규모가 더 심각해졌단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대부분의 내수침수위험 지도가 미제작인데다가 시민들이 열람하고 이해하기엔 정보가 미흡하단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처럼 쏟아지는 강우량의 경우엔 지대가 낮은 △강남 △영등포 △용산 등은 침수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수침수위험지도 정보를 조속히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해 폭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집중 호우 피해 신고 기간을 늘린다는 현수막이 동작구에 걸려있다.
▲집중 호우 피해 신고 기간을 늘린다는 현수막이 동작구에 걸려있다.
▲지난 24일 동작구의 도로 한복판에서 호우로 인해 고장났던 전화선 수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4일 동작구의 도로 한복판에서 호우로 인해 고장났던 전화선 수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폭우로 인한 반지하 피해
특히, 이번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 반지하 거주인이 고립돼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간신히 피한 사람들조차도 호우 피해로부터 3주 가까이 지났지만 대피처에서 피해 보상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 는 실정이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던 A씨 는 “어제부로 식사 지원이 끊겼다”며 “이젠 집에 들어가라는데, 거의 펄수준으로 흙천지인 집인데다가 가전제품은 다 고장 났는데 어떻게 들어가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100만 원, 200만 원 지원금 산정 중 이란 얘기만 하지,실제로 준단건지 제대로 말을 안해줘 답답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재난 상황 이후 침수 피해 신고는 2천 여건 중 상당수가 반지하와 같은 저지대의 주택 침수 신고였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거비가 비싼 수도권의 반지하분포율이 약96%였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반지하는 세입자에겐 주거비가 일반 주택에 비해 저렴하단 이유로, 건물주에겐 추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단 이유로 주거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반지하는 침수 피해에 안전치 않다. 위치상 빗물이 순식간에 유입돼 수압에 의해 반지하 거주인들은 꼼짝도 못하고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경기 군포시의 한 반지하에 빗물이 차올라 고립된 시민을 구할 때 성인 4명이 각목과 철근을 이용해 창문을 뜯어낸 경우가 있었을 정도로 대피가 쉽지 않다.

 

▲성대전통시장 일대 등에 거주하고 있던 수재민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한 아파트의 현장사무실 모습이다.
▲성대전통시장 일대 등에 거주하고 있던 수재민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한 아파트의 현장사무실 모습이다.
▲신사동 주민센터 강의실을 임시 대피소로 사용해, 강의를 휴강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신사동 주민센터 강의실을 임시 대피소로 사용해, 강의를 휴강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반지하 없애기 정책
한편,이번 호우로 반지하 거주인 고립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서울시는 주거용 반지하 없애기 정책 도입에 나섰다. 서울시는 20만 반지하 가구를 전수 조사해 이주민에게 임대료와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는 한편 20년 안에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단 계획을 알렸다.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일반 주택에 비해 열악한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해 시민 안전을 보호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반지하 거주인들을 이주시킬 마땅한 거주 공간이 없단 것이다. 강명구<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기준 서울시엔 약 20만호의 반지하 주택이 있다”며 “현존하는 반지하를 모두 없애고, 이를  대체할 신규 주택 20만호를 새롭게 공급한단 것은 규모 측면에서 3개의 일산 또는 2개의 분당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 꼬집었다. 홍정훈<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주된 방법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더라도, 기존의 공공임대주택단지 정비 사업에 기존 취약계층 거주자의 이주 대책 등의 설계는 전무하다”고 전했다.

반지하 거주인이 상층으로 이동 시 서울시가 내놓은 지원책도 논란이 인다. 서울시는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상층으로 이주 시 월세 20만원을 최장 2년간 지원한단 계획을 내놨는데 지원금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에 홍 연구원은 “특정바우처 제도의 집행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만큼 현재 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며 “반지하 거주인에게 월 20만원을 지원할 계획도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반지하 거주인에 대한 지원금도 부족하기에 이는곧 알아서 나가란 것”이라 꼬집었다.

이런 폭우 피해는 매년 반복해서 일어나는 데도 여전히 사고 발생 후 허겁지겁 대처하느라 분주하다. 이번에도 대통령의 전화 지시 논란,여당 의원의 발언 논란으로 정치권에선 위기 대응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보여주지 못했다. 더는수해로 인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정부의 재난 피해 예방 마련이 시급하다.

도움: 강명구<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태윤<정책대 행정학과> 교수
이용수<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홍정훈<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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