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관심 속 방치된 학부 지도교수제, 관련 체계 마련 필요해
학교 무관심 속 방치된 학부 지도교수제, 관련 체계 마련 필요해
  • 채수민 기자
  • 승인 2022.08.29
  • 호수 1551
  • 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선 지도교수에 대해 “한 번도 뵌 적 없다”,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존재도 알지 못할 정도로 교내 지도교수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커리어개발센터에서 학부 지도교수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이승협<한양인재개발원 커리어개발센터> 차장은 “원래 다른 교내 부처에서 학부 지도교수제를 운영해왔지만 학생들의 진로지도 강화를 위해 커리어개발센터에서 지도교수 배정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생경력개발 시스템인 ‘HY-CDP’에서 자신의 지도교수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서울캠퍼스에선 대부분 ‘커리어개발Ⅰ’ 수업을 통해, ERICA캠퍼스에선  ‘IC-PBL과 비전설계(이하 비전설계)’ 수업을 통해 지도교수가 배정된다. 1학년 때 수강하는 해당 수업으로 학생들은 지도교수를 처음 만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지도를 받게 된다. 또한 HY-CDP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수시로 지도교수와 상담할 수도 있다.

 

▲본교 학생경력개발시스템 ‘HY-CDP’를 통해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본교 학생경력개발시스템 ‘HY-CDP’를 통해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유명무실한 지도교수제
이처럼 학교 측은 위와 같은 수업을 통해 지도교수를 배정한 후, 학생과 지도교수의 소통은 당사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도교수제 운영과 관련한 학교 차원의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 교내 학칙상에도 학부 지도교수 운영과 관련된 규정은 나와있지 않다. 이 차장은 “우리 학교의 학부 지도교수는 학교 차원에서 권장 사항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지도교수제 관련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진 않은 상태”라 말했다.

따라서 현재 학부 지도교수제는 교수들의 사정에 따라 달리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도교수와 소통 안 됨 △지도교수 재배정 안 됨 △학생 지도 활성화 정도 차이와 같은 지도교수제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단과대 범위를 넘어선 통합 규정이 없어 온전히 지도교수의 재량에 따라 학생 지도가 이뤄지다 보니 지도교수와 한 번도 소통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경영대 학생 A씨는 “경영대 학생들은 커리어개발Ⅰ 수업을 듣지 않아 1학년 때 듣는 ‘경영의 이해’ 수업의 담당 교수님이 지도교수로 배정된다”며 “1학년 땐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돼서 신입생일 때 지도교수님을 직접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도 지도교수에게 한 번도 지도받은 적 없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연구년 △이직 △퇴직과 같은 지도교수의 부재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교수가 배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생 B씨는 “지도교수님이 퇴직하신 후에도 HY-CDP엔 새로운 교수님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에 대해 학교로부터 공지를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A씨가 소속된 단과대에 문의해 본 결과, 지도교수의 부재 상황에서 단과대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교수들마다 학생 지도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가 다르다 보니 학생들이 받는 지도 수준에 차이가 있단 문제점도 존재한다. B씨처럼 학생이 지도교수와 면담하는 경우가 드문 경우도 있는 반면 지도교수의 학생 지도가 활발히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학생 C씨는 “지도교수님이 학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하시는 분이라 개별 지도가 활발한 편”이라며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생들의 불만에 교수들도 학부 지도교수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입장이다. 최성진<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에 경영대는 ‘경영의 이해’를 강의하는 특정 교수 1명에게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배정돼 사실상 지도교수 운영이 불가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접수돼 경영대 소속 전 교수들에게 신입생을 무작위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도교수제를 개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지도교수들도 학생과 긴밀히 소통하려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고민재<공대 화학공학학과> 교수는 “최근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며 “학교 측에서 학부 지도교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도교수 관련 사항을 제도화한다면 앞으로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활발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학부 지도교수제, 잘 운영되려면
타 학교의 경우 단과대 사정이 달라 통합된 규정을 제정하기 어려운 학부 지도교수제의 특성을 고려해 ‘학사지도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학사지도제도란 학교가 단과대 내에 학사지도를 전담하는 교수를 두어 학생 지도를 전문화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내 대학 중에선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 이를 운영 중이다. 학사지도제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연세대는 본 제도를 통해 학생과 교수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사지도 교수는 학생이 소속한 전공과는 무관하며, 상담과 교육에 전문성을 갖고 대학 내에 별도로 존재한다. 1학년 학생들은 입학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사지도 시간을 가지며, △수강 과목 안내 △수강신청 △장학금과 같은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설명을 지도교수를 통해 듣는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대인 관계나 진로에 대한 소소한 고민도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2학년 이후부턴 배정된 전공 교수와 심화적인 진로 상담을 하게 된다. 학생 학사지도를 담당하는 한봉환<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는 “학사지도제도를 통해 신입생의 입학 이후 원활한 적응이 이뤄질 수 있다”며 “학생들과 교수 사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계기”라 말했다.

우리 학교 지도교수제의 현주소는
다른 학교처럼 학생 지도 강화를 위해 지도교수제 관련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양 캠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학교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유제홍<ERICA캠 한양인재개발원 커리어개발센터> 교수는 “학교가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과 교수 간 소통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단 지적에 동감한다”며 “실제 학교도 문제의식을 느껴 지도교수의 학생 진로상담 체계를 내실화하기 위한 비전설계 수업 방식 개편을 논의 중”이라 말했다. 또한 서울캠 관계자 D씨는 “지난해 진행한 학생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 지도교수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접수됐다“며 “아직 교내 부서들끼리 논의해보지 않아 구체화된 건 없지만, 학생들 의견을 반영해 학부 지도교수제 관련 계획을 구상 중이다“고 답했다.

교내 지도교수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학부 지도교수제 운영에 대한 학교 측의 적극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한봉환<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