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설]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도록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 한대신문
  • 승인 2022.08.29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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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생활고와 투병 끝에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가 뒤늦게 발견됐다.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이다. 이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과 매우 유사하단 점에서 잔존하는 한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 복지 제도의 근원적인 한계 때문이다. 한국의 복지 제도는 기본적으로 ‘신청주의’로 이뤄져있어 당사자가 제도에 관해 문외할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일례로 이번 사건의 경우 세 모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의료급여 △재난적 의료비 대상자였지만 이들의 복지 제도 상담 및 신청 이력은 전무했다. 이는 복지 제도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취약계층에 닿지 못한단 사실을 방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선 지난 2015년부터 ‘위기가구 발굴 제도’를 신설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 이 제도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지를 바탕으로 위기가구를 찾는 첫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신용불량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채무 문제로 인해 전입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은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갇혀 어떤 도움도 받지 못 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빚 독촉을 피해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었던 세 모녀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지와 다르단 이유로 복지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지원 받지 못 했다. 결국 위기가구에 직접 찾아가겠단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정작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복지 제도 신청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가구원, 친족, 기타 관계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취약계층은 도움을 요청할 가족들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 복지 제도를 신청하기 위한 인증 및 서류 절차마저 복잡해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접근성 강화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준비 서류의 복잡함으로 인한 제도 진입의 어려움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몇 년간 꾸준히 비판돼 왔던 문제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성시는 ‘수원 세모녀 사망사건 관련 특별대책회의’를 열어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TF’를 구성하고 금일부터 복지위기가구 발굴 및 보호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8개 읍면동을 찾아가는 복지팀을 꾸려 위기가구를 발굴해 복지 서비스 신청을 돕겠단 내용이다.

그러나 이미 취약계층의 사망 사건은 여러 차례 보도됐었다. 게다가 실상은 위기가구가 발굴되더라도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실질적으로 복지 서비스 제공에 사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단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마련된 충분한 인력이 장기간 유지될지도 꾸준히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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