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우리가 바라본 이공계열 고교 교육과정 축소
[설왕설래] 우리가 바라본 이공계열 고교 교육과정 축소
  • 박선윤 수습기자, 채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2.06.07
  • 호수 1550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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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으로 화제가 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수학과 과학 교과의 교육과정 축소로 이공계열 학생들의 학력 저하 측면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그러나 교육과정 축소는 학습량을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필수적이란 의견 또한 존재한다. 이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의 교육 목표는 대입이 아니란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렇듯 점점 배워야 하는 내용이 줄어드는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고등 교육,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수습기자의 눈으로 바라봤다.

학습 포기 막기 위해 교육과정 축소 필요해
지난 1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 1천201명 중 32.3%는 ‘스스로를 수학포기자라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교육과정이 축소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 상당수가 고등학교 교육을 감당하기 버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업을 따라가려 하는 와중에도 바삐 나가는 수업 진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처지의 학생들에게 “대학 가서 들을 심화 수업을 이해해야 하니 고등학교에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게 맞는 걸까.

애초에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의 심화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성숙한 자아의식을 갖추고 평생 학습의 기본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따라서 대학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이공계 교육과정을 확장해야 한단 주장은 잘못됐다.

또한 그런 주장은 고등학교 교육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은 무상교육으로서 대학 교육에 비해 교육 접근성이 높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교육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학생의 기초 역량 저하를 우려해 교육과정을 확장해야 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현행 교육과정을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공계 교육과정 축소는 이를 고려한 교육적 개선안이자 학생들의 학습 포기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다.

따라서, 이공계 교육과정 축소는 공정한 교육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변화라 볼 수 있다.

채수민 수습기자 chch8989@hanyang.ac.kr


점점 낮아지는 대학교육 수준
이공계 고교 교육과정 축소는 사교육 감소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단 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축소된 출제 범위로 인해 각종 시험 문제의 난이도는 높아졌다. 오히려 사교육은 더 성행했고 일명 ‘수포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기초 수학, 과학의 내용을 충분히 배우지 못해 대학 심화 과정을 습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이 단절돼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대학에서 심화 내용을 수업하기 위해 기초과목을 개설해 따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고등교육에서 배우는 기초 교육이 아닌 응용이 가능한 심화적 학습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론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 육성에도 문제가 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빠른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이공계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이론적 기초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다. 해외의 여러 국가에선 △선형대수 △미적분 △행렬과 같은 기초과목을 한국보다 깊고 다양하게 가르친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과 연관된 데이터 분석과 수학 과목을 교육과정에 추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고교 교과과정으론 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이공계 교육과정의 재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에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면 된단 식의 태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박선윤 수습기자 bsy568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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