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교환학생 제도’, 재정비 필요해
말 많은 ‘교환학생 제도’, 재정비 필요해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2.06.07
  • 호수 155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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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며 지난 2년간 닫혔던 하늘 길이 다시금 열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우리 학교의 교환학생 파견 현황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해 양캠퍼스에선 80여 명 남짓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교환학생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는 그 수가 3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양캠 파견 학생 수가 매년 800여 명으로 유지돼 온 것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교환학생 파견은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캠 김상화<국제처 국제팀> 직원은 “2학기 교환학생 모집에 지원한 학생 수가 이번 학기에 비해 많이 늘었다”며 “이는 점차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나갈 것”이라 답했다. 교환학생 제도는 일반 유학과 달리 어학연수에 더해 학점 취득까지 가능해 예전부터 학생들에게 각광받아 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취재 결과, 학생들은 현재 우리 학교의 교환학생 제도와 관련해 여러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학점인정, 모든 건 교수재량
이러한 문제의식은 파견 학교에서 취득한 학점을 우리 학교의 학점으로 인정하는 절차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먼저 학생들은 ‘교환학생 신청 시, 귀국 이후 학점인정 여부에 대해 알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 A씨는 “교환유학을 결정하기 전, 졸업학점 이수 여부를 가늠해보고자 했으나 학교가 제시하고 있는 규정이 굉장히 모호해 전혀 알 길이 없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우리 학교에서 이미 수강했던 동일 과목을 해외 파견 학교에서 이수할 경우,  그 학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엔 무엇을 기준으로 이미 이수한 동일 과목으로 볼 것인가와 같이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이 같은 모호함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학점인정과 관련해 명확한 내규를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학교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으론 교환유학을 통해 얻은 학점을 우리 학교에서 어떤 유형(△교양선택 △전공심화 △전공핵심 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와 파견 학교의 과목 중 무엇이 이미 이수한 과목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우리 학교 홈페이지엔 이와 관련해 ‘교수 재량에 의해 이뤄진다’는 모호한 설명만이 제시돼 있을 뿐 그 외 마땅히 기준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이는 성균관대가 교환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에게 학점예정조서 등을 통해 귀국 후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과 학점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작업을 도입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돼
한편, 이 같은 모호한 학점인정 기준으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비단 교환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뿐만이 아니다. 학점인정의 형평성 문제를 근거로 일반학생 역시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임성민<국문대 중국학과 21> 씨는 “전공심화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데,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한 학생이 그저 귀국 이후 학과장 상담만을 통해 전공심화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즉, 전공심화에 걸맞은 수준의 수업을 이수했을 경우에 한에서만 학점을 인정하는 등 형평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지침’이 필요하단 것이다. 학생 B씨 역시 “최소한의 지침을 마련해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해야만 형평성이 확보될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아무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 발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학교는 문제없다지만
교환유학 학점인정을 관할하는 학사팀은 이 같은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단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최명숙<교무처 학사팀> 차장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단 주장에 “수많은 파견 학교의 수업을 하나의 기준으로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만든다 하더라도 이는 각 단과대의 권한에 대한 월권”이라 답했다. 학교 행정부처는 전공지식과 교과목에 대한 판단의 권한이 없단 설명이다. 최 차장은 학과장 면담으로 진행되는 학점인정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의견에 대해선 “현재의 학점인정 절차는 검증 가능한 서류를 기반으로 하기에 학생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게다가 이러한 절차와 세부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학사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검증 가능한 서류’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찾은 결과 외국 대학 성적 증명서, 외국 대학 학점인정 방식 및 수강 교과목 개요서 단 두 가지였다. 그 중에서 특히 외국 대학 학점인정 방식과 관련된 서류는 오히려 모호하다는 의문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정보 역시 타 대학과 비교해 부실한 측면이 많다.

 

▲ 이화여대의 학사팀이 교환학생 학점 인정 절차와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안내 자료(PPT)의 모습으로, 우리 학교가 홈페이지에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 이화여대의 학사팀이 교환학생 학점 인정 절차와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안내 자료(PPT)의 모습으로, 우리 학교가 홈페이지에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파견 학생에 대한 지원 강화도 필요해 …
학생들의 불만은 비단 학점인정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환학생 제도를 관할하는 국제처의 도움이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현재 우리 학교가 교환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부분은 △교환학생 모집과 배정 △오리엔테이션 △배정된 학생의 명단을 상대 학교에 통보하는 절차(노미네이션) 정도인 상태다. 즉, 현재로선 해외 파견 학교와 직접 서류를 교환하는 어플리케이션 단계에선 별다른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C씨는 파견 학교와의 연락 단계에서 불편함을 겪은 경험을 소개하며 “엄연히 학교가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니 학생 지원을 위해 더 힘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상황의 완화로 우리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생 수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수가 급격히 늘기 전인 현시점, 보다 학생 친화적인 교환 학생 제도의 정착을 위해 적절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도움: 이윤서 수습기자 yoonseo062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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