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부, 폐지만이 답인가
[사설] 여가부, 폐지만이 답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22.06.07
  • 호수 1550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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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어떻게 하면 여성들의 대표성을 향상할 수 있는가?”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 말미에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자가 꺼낸 질문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의 공정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며 답변을 마무리했고, 여론은 다시 한 번 여가부 폐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는 하나로 일맥상통한다. 바로 여가부는 성평등을 위한 부처가 아니란 것이다. 그들은 여가부가 애초에 이름부터 남성을 배제한 ‘여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여성 단체에만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단 근거를 들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 근거들은 사실보다 다소 과장돼 여가부를 비난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UN WOMEN이 발표한 ‘각 나라의 성평등 추진 체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94개의 국가 가운데 160개의 국가들이 ‘여성정책 전담기구’를 독립부처로 두고 운영한다. 해당 국가들 중 76개국엔 정부 부처에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지만, 여가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행정기관이란 점에선 변함이 없다. 또한 올해 기준 여가부 예산은 1조4천650억 원으로 18개 정부 부처 중 가장 적은 예산이 편성됐다. 그 중 61.9%는 가족 정책에 쓰였고, 여성 정책에 쓰이는 예산은 7.2%에 지나지 않는다. 여가부가 여성 단체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여가부 예산에서 알 수 있듯, 해당 부처는 여성 정책만 기획하지 않으며 적은 예산으로 여러 성과를 냈다. 여가부는 △육아휴직 활성화 △직장 내 성폭력 신고 및 구제 절차 법제화 △호주제 폐지 등을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청소년 보호와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의 업무도 소관하고 있다. 이처럼 여가부는 여성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권익 증진을 위한 부처로 자리매김해 있다. 

한편, 일각에선 논란이 됐던 여가부의 최근 정책과 지향을 두고 ‘여가부의 업무는 다른 부처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폐지에 더욱 힘을 싣기도 한다. 실제로 여가부가 만들어낸 제도인 여성할당제와 아이돌봄사업 등은 각각 역차별을 조장하고, 사업 자체가 방치되는 등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일 뿐 ‘부’ 전체의 폐지로 흐를 사안이 아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듯 여가부의 업무를 다른 부처로 옮기게 된다면 해당 의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가 외면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가부의 미진한 사업 정책 때문에 이것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 

그렇기에 이 논쟁에 대한 해답은 여가부가 예산을 어떻게 써 왔고, 어떤 정책을 폈으며, 총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이에 근거해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안 없이 정부 부처의 폐지를 외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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